오늘의 점심은 센강 근처에 있는 'HA NOI 1988'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찾은 베트남 음식이라니. 구글을 보니 리뷰도 많고 전체적인 평이 괜찮았다.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다행히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2층까지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는데 1층 반대편 벽 쪽으로 2인석이 오밀조밀 붙어있었고 그 사이에 딱 한자리가 남아있었다. 테이블 사이를 조심스럽게 비켜가 벽을 등지고 자리에 앉았다. 식당 안이 한눈에 보여 보는 재미도 있었다.
3월의 파리는 아직 추워서, 따뜻한 곳에 갑자기 들어가니 안경에 성에가 짙게 드리웠다. 순간 바보처럼 보일까 봐 안경을 재빨리 벗어 호주머니에 넣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내 바로 왼쪽에는 약간 남미계열로 보이는 분 2명이 앉아있었는데 남녀였지만 커플은 아닌 듯했다. 오른쪽에 혼자 온 분도 서양인은 아니었다. 약간 아시아계인 느낌이었는데 혼자서 굉장히 많이 드셨다. 중간중간 추가주문도 하고 여러 가지를 섞어서 주문했다. 내 바로 앞 테이블에는 서양인 여자가 앉았는데 테이블과 키가 딱 맞음에도 불구하고 뒤꿈치를 바짝 들고 몸을 앞으로 쭈욱 굽혀 쌀국수를 먹고 있었다. 어떤 사이드 메뉴 없이 오직 쌀국수를 시켰는데, 으레 서양분들은 단품 하나만 시키는 듯했다. 나 같은 관광객이나 여러 가지 먹고 싶어 많이 시키지...
나는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스타터로 고를 수 있는 망고샐러드와 치킨 스프링롤 중에 스프링롤을 골랐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해서 딱 한국이 좋아할 맛이었다. 그리고 나온 쌀국수. 날이 추워서 그런지 원래 잘 안 먹는 국물에 손이 자주 갔다. 그리고 나온 망고 아이스크림? 얼린 망고 같았는데 마지막에 입가심하기 좋았다. 먹고 있으니 저 너머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두 분도 보여서 괜히 반가웠다.
18.65유로. 역시 파리다운 물가였다. 밖을 나서서 센강 쪽으로 걸으니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퐁네프 다리였다. 퐁네프의 연인들, 르누아르의 그림 등 수많은 작품에 나온,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사실 겉으로 볼 때는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상징성 외에 별로 볼 것이 없는 다리인 것 같았는데 찾아보니 오래된 다리라는 상징성과 퐁네프라는 이름이 지닌 뜻과의 대비가 신기했다. Pont (다리), Neuf (새로운).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퐁네프 다리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대비. 가장 오래됨으로써 간직한 수많은 역사들. 평범한 다리가 생명력을 얻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