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노트르담 대성당

by 이정우 LJW

조르주퐁피두 센터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니 센강이 보였고, 그 위로 엄청나게 높은 첨탑과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시떼섬 동쪽에 자리한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2019년 보수공사 중이던 첨탑에서 발생한 화재로 당분간 관람이 제한되었던 곳이라고 들었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보니 다시 시작된 것 같았다. 찾아보니 24년 12월 재개관했다고 하니 개관하고 4개월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다.


사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줄 길이 때문에 겉에만 사진 찍고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점심 먹고 루브르 박물관을 가려면 3~40분밖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당 앞에 꽤 넓은 광장이 있는데 그 공간을 대기줄이 반 이상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광장 앞에 설치된 간이 전망대에 올라 조금 지켜보니 생각보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랐다. 고민 끝에 성당으로 들어가는 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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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전경(왼쪽)과 입장 대기줄에서 치마입은 남자와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중년의 여성(오른쪽)

줄은 꽤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짐검사도 있었지만 조그만 가방은 쓱 보고 지나가는 정도라 빠르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니 엄청난 천장 높이에 압도되었고 그 압도된 덕분인지 수많은 관광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명동성당의 거의 2~3배에 크기로 느껴졌다. 살짝 아쉬웠던 건, 19년에 발생한 화재로 내부의 천장 등 여러 곳에 새것의 세련됨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몇백 년 전의 그것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타이밍에 맞춰 재개관된 성당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개인적으로 천주교를 믿고 있는 나로서는 꽤 의미 있는 관광장소였다. 1300년대에 건립되어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건으로 때로는 부서지기도 하고 다시 건립되다 또 화재로 소실되고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프랑스혁명 시절에 많은 성상들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던데 내부에 조각된 성상들이 프랑스 왕들로 오인되어 머리가 잘려나갔고 많은 보물들이 강탈당했다고 한다. 그런 크고 작은 고초를 겪어 현대시대까지 그 자리에서 웅장함을 유지했고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세계적인 성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앙은 가지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활동은 하지 않고 있는 나는 조용히 이 장엄하고 고귀한 성전 안에서 눈을 감고 묵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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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 내부 (왼쪽)과 신부님(오른쪽) 사순절이라 보라색 의복을 입고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피켓을 두른 안내원이 관광객 동선과 내가 앉은 의자와의 구획을 나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둘러 구획을 나눈 끈을 넘어 내 자리 주변에 앉기 시작했다. 설마 미사를 하는 걸까? 보니 정말로 알 수 없는 불어로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장하는 오르간 소리와 일제히 일어나는 사람들. 본의 아니게 미사를 드리는 곳에서 앉아있었던 것이다. 최소 50분에서 1시간은 걸리는 미사시간을 고려하면, 나는 이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했다. 사람들이 다시 앉는 어수산한 틈을 타 재빨리 성당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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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드 쥐스티스 (왼쪽)과 상트 샤펠 입장줄 (오른쪽)

성당을 나와 시떼섬의 서쪽으로 걸어가니 다음날 뮤지엄패스로 구경할 장소가 보였다. 콩시에스 쥬리와 상트샤펠,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팔레 드 쥐스티스. (파리 최고 재판소) 그리고 조금만 더 걸으면 루브르 박물관이어서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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