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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Sep 05. 2023

A업체의 열정을 믿어보기로 했다.

정확히는 A업체 '대표님'의 열정을 믿기로 했다.

A 업체가 있다. 인력공급 업체로, 우리와 계약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대표님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영업으로 어쨌든 계약은 했고, 계약 첫 해의 성수기에 기존 업체와 비교해서 가장 많은 인원을 공급해 신뢰를 쌓았다. 타 업체에서는 보기 힘든 그들만의 관리 시스템이 가장 큰 무기였고 그들의 자부심이었다. 다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청 업체의 썩은 부분을 찾아내 피드백을 주고 해결될 때까지 몇번이고 담당자인 나에게 전화하는 그 열정에 두손 두발 다 들었을 정도였다. 


사실, 타 업체는 내가 요청하는 인원 수가 채워지던 말던, 원청업체가 급하던 말던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컸다. 급해서 전화하면 그때뿐이고 요청 후 3~4일간 아무 연락이 없어 전화하면 그때서야 사람이 없는 시즌이다, 라는 피드백이 전부였다. 먼저 연락이 와 '요즘 사람이 없는데 최대한 광고를 넓혀서 채용해 드리겠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경우는 딱 한 번 있었다. 그런데 A 업체는 달랐다. 직원이 아닌 대표님의 연락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없으면 없다, 상황이 이렇다, 오늘 몇명이 면접왔는데 거의 마무리 될 것 같다 등등의 피드백이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먼저 오니 참 좋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회사 직원일 뿐인 인력업체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런 전화를 고객사에게 먼저 할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A 업체의 실무 담당자에게는 이런 '선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최근 생산직 AR의 직고용 이슈로 A 업체에 알선만 하고 원청업체가 직고용하는 방식의 채용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와 신규로 직고용이 가능한 몇 개 업체와 계약하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A 업체의 대표님에게 해당 건으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지역의 인력풀은 한정되어 있어 업체를 많이 쓰는 것이 의미가 없다, 하나의 업체만을 써서 좋은 인력이 자꾸 재입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된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그 하나의 업체를 본인의 업체로 선정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직고용 이슈에 대해서 100%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달 안으로 타 업체를 정리하고 A 업체에만 인력을 요청하면 내년부터는 100% 직고용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선제안을 했다.


사실 전부터 이렇게 단독 T/O에 대한 제안이 몇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나름대로의 핑계를 대가며 거절하거나 결정을 미뤄왔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하나의 업체만 계약했을 때의 Risk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업계에서, 처음에는 모든 것을 내어줄 것 처럼 적극적이다가 차츰 시들어져서 나몰라라 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하나의 업체만 계약해서 첫 해의 그 적극성을 믿고 덜컥 다른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다가 나중에는 유일하게 계약한 그 업체만 바라보며 이리저리 끌려다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신뢰'가 바탕은 되야하지만 '올인'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A업체 대표님의 열정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적극성이 대표님밖에는 없다는 것이 문제고 하나의 업체만 계약했을 때의 Risk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번 5년 동안의 같은 AR 채용 정책 기조에서 변화를 줘 보기로 했다.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최근 책임감 없는 담당자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도 있던 것 같다. 처음 계약했을 때의 그 적극성은 정말 어디갔는지, 알 길이 없다.

항상 의심하고 Plan B를 생각하는 나에게는 첫 도전인 것이다. 사실 나도 일개 직원일 뿐이고 이 업무를 죽을때까지 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가 책임감 없는 담당자를 보면 화가 나는 이유랑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구두로 약속을 받은 것이지만 그래도 문서로는 남겨야겠다. 계약서, 각서는 아니더라도 메일링을 해서 관련한 내용을 메일로 회신받아 보관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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