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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Sep 03. 2023

6년만에 낸 우리 부서의 채용공고

지원자가 많은 만큼 특이한 경우도 많았다.

최근 거의 6년만에 우리 부서의 신입사원 모집을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새로올까, 설렘 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공고를 올리고 실시간으로 지원현황을 확인하며 공고 기간인 일주일을 보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채용을 맡아 진행했던 수많은 공고중 가장 많은 인원이 지원했다. 인기 많은 일부 스탭 직종도 100개가 넘지 않았는데, 자그마치 400개가 넘는 이력서가 들어왔다. 이력서 하나당 4천원의 관리비를 채용시스템 담당 회사에 내야되는데 비용이 계획보다 초과되서 어쩌지, 라는 돈 걱정부터 어떻게 이 이력서를 다 보지, 라는 실무적인 걱정까지. 사실 내가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는 이유는 일주일의 공고기간 동안 관련한 많은 유선연락과 메일을 받으면서, 그리고 실시간으로 이력서를 확인하면서 느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몇개만 추려보았다.


1. 생각보다 이메일 예절을 지키는 분들이 많이 없다.

내가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혼났던 것이 이메일 예절이었다. 사실 배운적도 없고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시절이긴 했다. 결국 교수님의 말씀은 왜 요즘 학생들은 이메일 예절을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었는데, 사실 알아보니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소속, 이름 등을 써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이메일 내용을 쓴다음 끝인사로 마무리짓는, 그런 것이었다. 이 간단한 것을 학생들이 모르고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한탄이었던 것이다. 직장인이 되고나니, 이 이메일 예절은 사회생활의 여러 기본항목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지키는 것. 나도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보통 선배들이 그렇게 메일을 보내니 따라 보냈고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예비 지원자의 여러 메일을 받는데, 특히 이번 공고는 지원자가 많았던 만큼 꽤 많은 메일이 왔다. 보통은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메일이었는데 다짜고짜 질문부터 하거나,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은 했지만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채 내용만 이야기하는 메일까지 참 다양했다. 사실 나도 학창시절에 배우지 않은 것이라 사회초년생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하루에 수십개가 오가는 '형식과 예절을 갖춘' 업무메일만 받다가 갑자기 대뜸 질문부터 하는 이상한 메일을 받으면 순간 기분이 확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 기본적인 정보를 틀리는 사람이 많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워낙 많은 이력서를 쓰다보니 놓치는 경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이력서를 받으면 오히려 고마울 때가 많다. 모든 이력서를 봐야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런 기본정보를 누락하거나 틀리는 경우에는 사실 자기소개서를 보지도 않고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본정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연락처, 주소(주소에 우편번호를 적는다던가 등), 회사 이름(우리 회사 이름이 아니라 본인이 전에 다녔던 회사 이름을 틀리게 쓰는 경우) 등이다. 기본정보를 틀린 이력서를 면접관에게 검토해달라고 올린다? 바로 채용담당자를 호출할 것이다. "왜 이런 기본적인 정보도 틀린 이력서를 나에게 올렸지?"


3. 에세이(?) 형태로 쓰는 자기소개서가 꽤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조금 특이하게,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 살짝 '에세이' 느낌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면,


회사를 선택할 때 여러가지를 봅니다. 워라밸? 돈? 사람? 아니, 저는 그 회사의 미래를 봅니다. 조금 유치하고 애늙은이 같은 생각일 수 있지만 동년배보다 사회생활을 훨씬 많이 했던 저는 항상 돈보다 미래, 그리고 성장 가능성을 봅니다.


본인이 회사 또는 지원 직무에 관심이 있었다면 소중한 1,000자의 자기소개서 공간에 저렇게 아무 의미없는 문장을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 문장의 킬링포인트는 "워라밸? 돈? 사람? 아니, 저는 그 회사의 미래를 봅니다."이다. 회사의 어떤 자료에도 저런 산문형식의 문장을 쓰는 경우는 없으니, 실무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이상한 문장처럼 보이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이번 공고를 통해 가장 빈번하게 느꼈던 특이한 이메일과 이력서 등의 특징을 적어보았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경우 철저하게 회사의 언어로 쓴다면 분명히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10월 채용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고 다음주면 1차면접이 진행되는데 정말 오랜만의 채용인 만큼 너무 기대된다. 어떤 분들이 우리 부서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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