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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Aug 06. 2023

비즈니스 언어라는 모호함(?)

'비즈니스 언어'라는 것이 뭔지 헷갈리는 요즘이다.


신입사원 시절에 신규 채용대행 업체를 추천받아 인력을 의뢰해서 몇 분 채용을 했는데 어느순간 의뢰를 해도 채용이 되지 않고 담당자에게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처음 계약할 때 뵈었던 약간 높은 직급의 분에게 연락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아 다음날 다시 해봤더니 받는 것이었다. 


"혹시 모집된 인원이 있나요?"

"아, 아직 없습니다.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몇일 뒤에도 감감 무소식이길래 다시 한번 연락했다.


"아직인가요?"

"하..(한숨)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제 00회사에게 인원을 안넣으려고 합니다."

"네? 이유가 있나요?"

"지리적으로 사무실과 멀기도 하고, 저희 인원을 넣으면 자꾸 빠지고 다치기도 해서요. 처음부터 소개받은 처지라 거절하기도 뭐해서.."

"빨리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알겠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 내 말이 끝나는 동시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괘씸했기 때문이다. 계약할 땐 언제고 지리적으로 멀다고 하질 않나, 처음 통화할 때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때는 인원 있으면 연락주겠다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한숨을 쉬며 안넣는다고 이야기하고. 누가보면 내가 막 그 회사에 안달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 자존심 상하는 느낌. 이런 일을 처음 겪었던 신입사원 시절엔 그랬다.


그런데, 계속 이 일을 해보니 이게 '비즈니스 안에서의 완곡한 거절'의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 요청했던 인력업체와도 거의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연락을 해도 안받고, 또 전화를 걸어 (어쩔수없이)받으면 '아, 요즘 사람이 없어서요..'라는 똑같은 레퍼토리. 결국 나중에 어찌어찌 그 회사에는 이제 사람 안넣는다는 말을 듣고는 살짝 확신했다. 아 이게 비즈니스 언어 중에 하나구나.


처음에는 열정적이었다가 하도 처음보다 인원을 못넣길래 연락해서 '이러다가 성수기되면 인원이 안들어갈까봐 걱정된다.' 라고 했더니 '지금은 성수기가 아니잖아요?' 하며 대꾸했던 그 담당자는 곧 퇴사하더랬다. 담당자가 참 많이 바뀌었는데 퇴사하기 몇달 전부터 정말 확 업무의 텐션이 떨어지는, 그 느낌을 받으면 진심으로 너무 싫다. 그 느낌을 한 직무에 오래있으니 많이도 받았다. 이것도 비즈니스 언어 중에 하나인가? 


내가 좀 바뀌어야 되나? 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사실 싫은 이야기를 별로 안한다. 사람없어 힘든 것을 나도 아니까.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끊고 혼자 한숨을 쉰다. 약간 싫은 소리를 해야할 때도 사족을 엄청 달아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해도 될 듯하다.


또 다시, 한 업체가 인원을 요청해도 묵묵부답이다. 연락했더니 전보다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살짝 귀찮아 하는 느낌. 한창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협의의 과정이었는데 이제 우리 회사와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같았으면 그 귀찮아하는 담당자를 어떻게 하면 골탕먹일까 혼자 상상하며 자위했겠지만, 이젠 조금 비즈니스 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래, 우리하고는 이제 안맞다고 판단하면 그걸로 끝이고 조금이라도 도움받을 것 받고 끝내야겠다는 생각. 정규직을 뽑아야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규직 전환한 뒤에 성수기 인원을 의뢰안하면 그만이다. 비수기때 우리가 필요할 때 이렇게 비협조적인 회사를 성수기때 잘해줄 이유가 있을까?


이미 채용대행 업체 1개와 신규 계약 예정이고 또 1개와는 먼저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로써 내가 인수인계 받았던 그 순간의 업체는 5년이 지난 지금 하나도 없다. 모두 바뀌었다. 서로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이렇게 갈길 가는 이 모습이 비즈니스일까? 라는 생각. 모르겠다. 무례함일지, 비즈니스일지. (물론, 나도 반대로 이런 '비즈니스 언어'를 이용해서 몇 업체하고는 거래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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