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다섯 번의 직무 전환 후 창업 시작

야놀자 브랜드 마케터로 시작해, CMO가 되기까지

by RANCHO

10년 전, 첫 커리어는 야놀자 브랜드 마케터로 시작했다.

이곳이 첫 회사라는 데 특별히 숭고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모텔 카운터 앞에서 직원에게 이렇게 말하던 장면이 꽤 인상 깊었다.


“야놀자 회원이요.”

그러면 숙박 요금이 마법처럼 할인됐다.


마치 “열려라 참깨” 같은 주문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단순한 프로모션이었지만, 그 장면은 나에게 작은 질문 하나를 남겼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아무도 기억 못하는) 10년 전 야놀자 TV 광고


나는 한 가지 직무에 오래 머무르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를 바꾸는 커리어를 선택했다.


뷰티 커뮤니티 파우더룸, 그리고 영어 교육 서비스 야나두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광고를 집행하고, 숫자를 보고, 다시 가설을 세우는 일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이라는 문제를 푸는 방식을 배우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생경한 연락을 받았다.


구글에서 마케팅 컨퍼런스 연사로 초청하고 싶다는 메일이었다. 당시 나는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컨퍼런스 발표 자료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가설을 세운 뒤 실험을 통해 성과가 실제로 개선되는지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살면서 들어본 ‘실험’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임상 실험 같은 것이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컨퍼런스 발표 자료는 행사 3일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미안하다 구글)

그 전까지는 자료를 만드는 대신,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계속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마케팅도 이렇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거였나?”


그 시기는 내가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마케팅’이 아니라 ‘성장 문제를 푸는 일’ 아닐까.

그리고 그 질문은 이후 내 커리어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이후 마케팅 에이전시 오피노마케팅에서 일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그로스 해커 리더로 역할을 확장하며 다양한 산업의 성장 문제를 실험과 데이터로 해결하는 일을 맡았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부터 ‘고객의 본질’이 손톱만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광고 성과를 올리는 방법에 집중했다면, 그때부터는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고객은 왜 이 제품을 사는 걸까?”

“어떤 순간에 구매를 결정할까?”


그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였다.

(당시 프로젝트 일부 내용은 과거 오피노마케팅 브런치에도 남아 있다.)

https://brunch.co.kr/@opinno/80


우리는 광고를 운영하기 전에 먼저 컨버스의 고객을 생각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정말로 고객만 생각했다.


어떤 메시지에 반응하는지, 어떤 페이지에서 망설이는지, 어떤 순간에 구매를 결정하는지.

그 질문을 바탕으로 광고 운영과 웹사이트 실험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컨버스 코리아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아시아 지역 총괄 조직이었다.

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런 성장이 매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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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커리어는 무신사 제품 조직에서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게 됐다.


내가 그동안 마케팅을 하며 실험해 왔던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제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광고나 메시지는 결과를 증폭시키는 수단의 역할을 할 뿐, 성장의 원천은 결국 제품 경험 안에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에서는 제품과 데이터 관점에서 서비스 성장을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지금도 서비스 안에서 볼 수 있는 무신사 체험단, 앱테크, 추천(Referral) 기능의 초기 구조 역시 이 시기에 직접 기획, 출시했던 프로덕트들이다.


돌아보면, 전체 커리어 중에서 가장 많은 배움과 성장이 있었던 곳도 무신사였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실험을 어떻게 설계해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비즈니스 임팩트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조직 안에서 어떻게 협업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상위 직책자, 파트너들이 하늘처럼 보였던 시기이다)


호텔도슨 모델 크러쉬

이후 테이블 오더 브랜드 메뉴잇 CMO, 그리고 프레그런스 브랜드 호텔도슨 CMO를 거치며 브랜드의 전체 방향과 전략, 그리고 조직 성장 관리까지 경험하게 됐다.

호텔도슨은 브랜드를 처음 빌드업하는 단계부터 함께했다. 재고 관리 시스템 구축, 조직 구조 정리, 각 팀원의 Initiative부터 Task 단위까지 업무를 관리했다.

연간 브랜드 전략 수립, 마케팅 플랜 설계, CS 시스템 표준화까지 브랜드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직접 맡아 진행했다.

호텔도슨을 떠올리면 첫 기억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그리고 떠난 날, 육개장을 시원하게 마신 것처럼 개운했다. (오해는 금물이다. 지금도 CEO와 팀원들과는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메뉴잇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의미로 강렬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왜 테이블 오더를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 결정이 이루어지는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메뉴잇과 계약한 100명 이상의 식당 사장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경험은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손 꼽히는 소중함이다.


당시 프로젝트는 단순한 마케팅 개선이 아니었다.

기존 회사의 방향성을 거의 통째로 다시 정의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만큼 리스크도 컸지만, 동시에 매우 뜨겁고 즐거운 경험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핵심 지표에서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후 SK쉴더스가 메뉴잇 사업을 인수한 것 역시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순간이었다.

*메뉴잇 프로젝트 보기 (추후 brunch에 게시 예정)



지금은 회사를 떠나

컨설팅 펌을 창업해 기업의 성장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누군가의 문제)

AI 강사로 새로운 기술을 전하고 (누군가의 결핍)

온라인 결정사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며 또 다른 고객 문제를 풀고 있다. (내가 하고싶은 것)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일의 언어』에서 강조하듯,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객의 의견, 문제에 대한 현상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용(hire)’하게 되는지 그 맥락적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성장은 결국 이 ‘고용의 순간’(= 구매의 순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브런치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산업과 역할을 오가며 경험한 것들,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인사이트를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