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았다 생각했던 시즌 1을 처절하게 모욕하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 2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걸 알아야 했다. 그래야 오징어 게임 시즌 1과 시즌 2가 왜 이리 다른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시즌 1은 데스 게임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잘 표현했던 드라마였다. 두뇌 게임이 거의 없었던 게 흠이지만. 그런데 시즌 2는 그런 감정들 대신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시즌 3는 그걸 해결하려 무리수를 두었던 작품이었다.
힌트가 될만한 발언 하나. 1)황동혁 감독은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은 2번째 시즌을 만들 생각이 없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분명 10년 이상 구상했던 자신의 작품은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그러나 그런 탓에 일종의 우울증이 온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시즌 1에서 좋았던 점을 짚고, 그것을 시즌 2부터 뒤집어보자!
이러한 변모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전략도 바꾼 듯하다. 그는 성기훈(이정재)이 우승한 걸 보고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시즌 1에서 성기훈은 사람을 믿자는 소박한 가치를 가지고도 그걸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심지어 오일남(오영수)까지 이겼다. 전략을 바꿔야 했다. 이러한 가치관을 무너뜨리자. 더 이상 혼자만의 선한 의지만을 가지곤 게임을 돌파할 수 없도록 만들자.
요약
오징어 게임 시즌 2, 시즌 3는 성기훈의 마음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것 때문일까. 시즌 2, 시즌 3는 프론트맨이 성기훈을 상대로 벌이는 실험처럼 느껴졌다. 이것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성기훈은 자신만은 사람을 믿는다 생각을 하는 듯하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결국 그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그것을 위한 장치 중 하나가 게임 속행을 결정하는 투표다. 시즌 2부터는 게임 하나를 끝내면 투표를 해야 한다. 이 투표는 성기훈이 개인의 힘만으로 게임을 못 종료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왜냐하면 투표에 이겨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포섭하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기훈에게는 이러한 기술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게임을 중단할 수 없었다.
성기훈의 반란은 그 가운데 일어난 큰 실수였다. 그동안 성기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방치하는 식의 악한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반란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한 반란이었다. 시즌 1 때부터 고수한 자기 가치관을 스스로 무너뜨린 순간이다. 프론트맨의 비열한 실험은 성공하고 말았다.
이후 성기훈은 시즌 3에서 자신의 의지로 처음 사람을 죽인다. 시즌 1에서 줄다리기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죽인 경험은 있었긴 했다. 그러나 시즌 1때에도 사람을 믿는다는 가치관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가치관에 반해서 살인을 저지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이 사건이 안타깝다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시즌 2에서 성기훈은 나쁜 사람이 될 거란 조짐을 줬기 때문이다.
요약
게임 속행을 결정하는 투표는 성기훈 혼자만으로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없게 만들었다.
시즌 2의 반란 사건은 성기훈의 가치관을 무너뜨린 최초의 사건이다.
시즌 3부터는 성기훈은 준희(조유리)가 낳은 갓난아기를 지키려 한다. 성기훈에게는 자신의 무너진 가치관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별로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 게임에서 성기훈은 아이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성기훈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 나는 성기훈이 선을 넘었기 때문에 이런 결말이 될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바이오쇼크란 게임의 주인공 잭이 떠오른다. 이 사람은 성기훈과 비슷하다. 사람을 살리는 모습과 사람을 무참하게 죽이는 모습이 혼재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잭은 언제든 선과 악을 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잭은 자신의 행동에 따라 그 결과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최선의 선택이 쌓인 뒤 찾아온 결말은 감동스럽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찝찝한 결말이 되도록 묘사되었다.
오징어 게임은 결국 파괴되지 못했다. 성기훈이 조금의 선한 마음을 가지고 쌓은 결과물은 시즌 2, 시즌 3를 거치며 무너져버렸다. 철거를 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뼈대를 잘 알아야 한다. 이것이 오징어 게임 시즌 2, 시즌 3가 저지른 짓이다. 성기훈에 대해 시청자들이 애정이 있단 건 안다, 그러나 나는 그걸 부수고 싶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을 재밌게 본 사람들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요약
성기훈은 아기를 지키려는 것을 통해 자신의 무너진 가치관을 회복하려 한다. 그러나 결말을 보면 좋은 선택은 아닌 듯하다.
시즌 2, 시즌 3는 시즌 1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즌 1을 부셔버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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