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재미를 만드는 콘텐츠 구조
영화 리뷰를 가장 잘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말솜씨? 화려한 편집? 아니다. 영화 파일이다.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선 영화 장면을 보여주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영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 짜리 영화를 20분 내외로 볼 수 있다니. 그러나 리뷰하는 사람들 입장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려면 반드시 저작권 문제를 접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싫어서 영화 장면을 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리뷰가 재미가 없어진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시간을 절약하고 싶단 욕심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은 그래서 저작권 문제를 겪기 싫지만, 그럼에도 재밌는 리뷰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노려야 하는 재미는 영화 보는 시간을 절약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가 아니다. 흥미를 키우고, 흥미를 종종 배신하고, 종종 딴소리를 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유지시키는 데에서 오는 재미다. 이미 많은 작가들은 이것을 위해 마법의 3단어를 사용한다. but(그러나), therefore(그러므로), meanwhile(한편)이다. 이 3단어는 유튜브에서 저작권 문제를 회피하면서도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힌트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 브런치에서 써먹어도 된다. 흥미 있는 글이 만들어질 것이다.
재밌는 콘텐츠를 말하려면 재미 없는 콘텐츠가 뭔지를 말해야 할 것이다. 바로 and then(그리고)이 나열되는 콘텐츠다.
삼겹살집을 소개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가게 분위기가 좋다
가게 구석에서 수비드로 고기를 준비한다
고기가 육즙이 풍부하다
사이드 메뉴가 고기랑 잘 어우러진다
이런 식의 소개는 안 된다. 각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따로 놀기 때문이다.
이걸 점검해보려면 정보들의 순서를 바꿔보면 된다.
가게 구석에서 수비드로 고기를 준비한다
고기가 육즙이 풍부하다
사이드 메뉴가 고기랑 잘 어우러진다
가게 분위기가 좋다
이런 식으로 순서를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정보들이 and then으로 연결되었단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연결해보면 어떨까.
가게 구석에서 수비드로 고기를 준비한다
그래서, 고기가 육즙이 풍부하다
그래서, 사이드 메뉴가 고기랑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가게 분위기가 좋다
분명 아까랑 똑같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정보를 받아들이기 더욱 쉬워졌다. 각 정보들에 대한 흥미가 배가되었다.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는 흐름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드는 단어가 but(그러나), therefore(그래서), meanwhile(한편)인 것이다.
서울에 사는 철수가 있다. 철수는 너무 배가 고프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 고기 국수를 먹고 온다. 보통 근처 식당을 갈 거라 예상을 했겠지만. 이처럼 흐름을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꺾는 것이 but이다. 배가 고파서 그냥 근처 식당에 간다. 이러면 therefore 흐름이다. 제주도에 간단 선택과 비교하면 평범하다. 그러나 배가 고프니 식당에 간다. 자연스러운 논리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편 철수가 밥을 먹는 중에 갑자기 영희가 나와서 다른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동시적인 흐름은 meanwhile 흐름이다.
이 구조는 내 독창이 아니다. 이미 사우스 파크의 작가 트레이 파커가 강연 중 이야기했던 것이다.
이야기들(beats) 사이에
그리고(and then)라는 말이 들어가면
사실상 망한 거예요.
아주 지루한 글이 되어버리죠.
여러분이 적어 놓은
모든 이야기들 사이에는
그래서(therefore) 또는 그러나(but)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해요.
존 스터지스 감독도 비슷한 취지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야기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만약 이야기를 할 때,
이게 있었고, 그리고(and then) 그들이 있었고 그리고(and then) 그랬다.......
이러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
두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켜야 합니다.
한 이야기가 정점에 이르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야 합니다.
다른 하나를 원하는 지점에서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한 이야기가 흥미 없으면 버리세요.
한편(meanwhile),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세요.
이 모든 것들이 모든 영화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 원리는 영화뿐 아니라 모든 재밌는 콘텐츠에서도 적용된다. 명작 영화뿐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IVE 가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가을의 온도)가 있다. 거기서 서촌 Vlog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것마저도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분명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 서촌 속 아이돌의 힐링 산책. 그런데 비건 식당, 책 전시회, 북카페 등 그 세부 상황이 계속 바뀐다. 서촌에서 산책을 한다, 그래서(therefore) 비건 식당을 가서 맛있는 밥을 먹는다, (but)책에 흥미가 있어서 책을 보러 간다. 이런 식이다. 이런 잔잔한 콘텐츠에도 이런 치밀한 공식이 숨어 있다.
but, therefore, meanwhile. 이 세 단어는 재미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콘텐츠의 재미는 정보나 정보의 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정보의 배치와 그 흐름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영화 리뷰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단어는 단순히 영화 장면을 안 쓰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다. 콘텐츠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알려주는 출발점이다. 재밌는 콘텐츠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미 재밌는 콘텐츠에는 어떤 공식이 적용되어 있는가. 한번 여러분이 이미 즐겨보는 콘텐츠로 이 글이 맞는지 아닌지 시험해보길 바란다. but, therefore, meanwhile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 자체도 but, therefore, meanwhile을 적용해서 쓴 글들이다. 전체 흐름을 다시 보자. 영화 리뷰와 저작권 문제를 설명했다가, 한편(meanwhile) 콘텐츠가 지루해지는 이유를 설명했고, 그래서(therefore) 재미를 뽑아내려면 3가지 단어를 사용해라. 여기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이 흐름이 재미가 있었단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도 리뷰를 만들 때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단순히 그리고의 나열인지, 아니면 흐름을 잇거나 종종 흐름을 배신하는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콘텐츠의 재미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