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정수의 타이니 오케스터(JTO)의 라지 재즈 앙상블
재즈가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말은 즉슨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과 같다. 늘 곁에 있고 친숙하며,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선지 '재즈'에 대해 너무 어설프게 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재즈 공연을 한번 관람해 봐야겠다 결심했다. 벌써 작년이 된 2025년 12월 31일 마지막 날 저녁에 성수아트홀을 찾았다. 연말이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많았다. 교양으로 여겨지는 '재즈' 공연이어서 그런지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았다.
사실 '재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두운 바에서 재즈 보컬이 그르부 한 노래를 부르고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드럼 연주자가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그림이다. 하지만 이번에 관람한 공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클래식 공연처럼 관객을 등진 지휘자가 있었고 열 명의 연주자가 관객을 향해 악보를 두고 있었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말이다. 작곡가 최정수를 중심으로 한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JTO)의 공연. <Plays Sheets of sound>였다.
"Sheets of Sound"라는 제목은 재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 라이너 노트에 처음 사용된 표현에서 따왔다. 재즈에서 콜트레인의 독특하고 밀도 높은 독특한 연주 방식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무대에 올려 재해석한 곡 중 콜트레인의 곡의 비중이 높았다. 그 외에도 재즈사를 장식한 피아노 연주자 듀크 엘링턴 (Duke Elington),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 (Charles Parker),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의 곡들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이전의 오리지널을 주제로 즉흥연주 중심의 연주를 선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원곡의 완전한 해체와 구조적인 재구성을 통해 곡을 "재작곡(Re-composition)"한 최정수만의 방식이었다.
팜플릿에 곡 설명이 기입되었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최정수가 직접 곡 전후에 설명을 한 터라 어느 정도 갈증은 해소되었다. 특히 재즈사적으로 중요한 곡들을 짚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올드 재즈보다는 현대 재즈에 가까운, 재즈가 지금의 "고급 예술"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시절의 재즈곡이 주였다. 공연 관람 후 공부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재즈가 처음엔 대중음악이었다는 사실이다.
보다 상업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며, 유럽에 뿌리를 둔 클래식에 반하는 저항의 음악의 이미지가 강했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융합하여 발생한 음악이 '재즈'이기도 한데 흑인의 노동요인 블루스, 흑인의 찬송가 가스펠 등 흑인의 비트감이 강하게 작용을 한다. 그 비트라고 하면, 백비트라고 뒷박에 강세를 주는 비트이다. 왠지 모르게 게 신체적으로 확 와닿지 않는 비트가 바로 이 비트 때문이지 않나 싶다. 후대로 갈수록 '재즈'의 비트감은 더욱 빨라지고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나도 모르게 공연을 들으며 손가락으로 박자를 유달리 세게 되었던 이유도 이 백비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알면 알수록 재즈가 어려웠다. 제대로 듣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는 꼭 와인 한 잔이 아니더라도 온전히 재즈를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보니 입문자가 듣기엔 쉽지 않았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더욱이 최정수의 타이니 오케스터는 프로그레시브 Progressive 한 라지 재즈를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재즈에 비해서 실험적인 면모가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정점은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던 최정수의 자작곡 '퀘이사 Quasar'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아래 채널의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TPS2qL7ToY
처음엔 낯설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무언가가 느껴졌다. 특히 라지 재즈 앙상블, 빅밴드 재즈 음악은 어디 가서도 쉽게 들을 수 없기에 잘 듣고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빅밴드의 음향을 담기에는 아트홀의 규모가 다소 아쉬웠다. 이런 공연은 야외 탁 트인 곳에서 시원하게 들어야 제맛일 것 같았다. 또 연주되는 곡들도 쿨하기보다는 핫하기 때문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들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마지막으로 최정수는 멤버들 각자가 현역에서 훌륭하게 활동하는 퍼포머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재즈는 클래식에 비해 비교적 연주자의 역량과 개성이 뚜렷한 장르이다. 공연 중간중간에 보였던 연주자들의 자유로움과 무아지경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실제로도 한 연주자가 작곡가 겸 리더로 앙상블을 리드하는 모습을 다른 공연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재즈씬에서는 각자가 자기 음악에서는 다 지휘자이고, 리더였다. 그런 면에서 재즈는 내적 부분뿐 아니라 외적인 형식적인 부분도 꽤나 자유로운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서로 주거니 받거니 평등한 관계에서 조화가 되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이로써 아주 조금이나마 재즈를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 재즈는 어려워졌지만 대신 늘 곁에 있다는 사실을 피상적으로가 아닌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다. 꽤나 많은 음악들에 재즈가 묻어있었고, 스쳐 지나가는 재즈라도 다 같은 재즈가 아님을 이제는 안다. 좋은 연주를 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테크닉적으로 무작정 외우는 것만이 또 답은 아니다. 재즈가 삶에 스며들었을 때, 어색한 비트가 진짜 내 몸으로 받아들여졌을 때 좋은 연주가 가능할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듣는 것. 하나를 듣더라도 잘 듣다 보면 어색한 것도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것은 또 어려워지고 어려워지면 더 깊게 알게 될 것이다. JTO의 음악도, 재즈를 더 잘 듣게 되면 다신 한번 만나 더 깊게 알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