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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Dec 01. 2017

브랜딩 재료찾기

오늘의집 브랜딩 이야기 #2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오늘의집 리브랜딩’이었다.

로고와 키 비주얼, 글꼴 등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비전과 슬로건 키워드 등 개념적인 부분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일단, 앞으로의 모든 작업에 있어서 한 가지 기준을 세웠는데 바로 '어렵지 않고 쉽게'라는 것이었다. 가끔 브랜딩이라는 것을 다소 학문적으로 느껴지게 어려운 단어와 과정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과연 옳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어려운 브랜딩이 맞는 경우도 분명 있을수도 있다. 아무튼 오늘의집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는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 사용자들이 느끼기에 어렵지 않고 쉽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생각과 다짐이었다.


그리고 집을 꾸미는데 있어 복잡하고 어려운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늘의집이라는 앱은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장벽없이 쉽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에서부터 어렵지 않은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그 과정은 복잡하지 않고 쉽게 리브랜딩을 시작했다 :)




길진 않았지만 이전 회사의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 디자이너와 함께 오늘의집이 지금은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는 어떤 모습과 성격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했다.



이것은 2017년 1월, 구글에서 오늘의집을 검색했을 때 보이는 결과이다. 리뉴얼이 된 지금 되돌아봐도

어떤 단어로 이 결과들을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본인만의 개성과 냄새가 없는 재미없는 존재?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느껴지는 것은 오직 푸른색과 다양한 인테리어의 모습들뿐이었다.


홍보 이미지 또한 별다를 게 없었다


우리는 이런 브랜드 이미지는 기준도 없이 떠다니는 존재감 없는 부유물 같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음엔 이것들이 주는 한계점을 생각해 보았다.


1. 명확한 이미지(키비주얼)가 없으니 디자이너는 작업 시 모티브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없다.
2. 정체성의 기준이 없으므로 어떤 부분에서든 지지부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기억에 남는 것이 없으므로 매력 또한 없다.
4. 경쟁 서비스와의 차별점이 없다.
5. ...

미완성이 주는 모든 단점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했고, 개념적인 것과 시각적인 것 두 가지 접근으로 나누었다. 개념적 접근의 첫 번째는 오늘의집이 지닌 키워드를 찾는 것이었다.



동료 디자이너와 함께 정리한 키워드는 대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주는 것이 많았다. 돌아가 생각해보면 이런 키워드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과연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와 같았을까?


다시 돌아와 키워드를 살펴보면 처음엔 가장 바깥쪽에서 오늘의집이 가진 느낌을 물감을 뿌리듯 채웠고 좀 더 뾰족하게 생각을 정리하여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 다음에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한 가지의 핵심(코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행복'이 오늘의 집이 가야 할 방향이고 결코 놓쳐서는 안될 핵심 가치라는 것을알 수 있었다. 또한 이를 기준으로 앞으로의 해야 할 다양한 작업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도 있었다.


두 번째는 명확한 비전과 슬로건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여기선 홍보 담당 동료와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디자이너 둘 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게 더욱 뾰족하고 오류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각했다. 둘 다 핵심가치와 키워드 안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을 내려보며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


집, 누구나, 쉽다, 예쁘다, 모두 키워드 안에 있는 것이었다.
누구나 쉽고 예쁘게 집을 꾸밀 수 있게 한다'라고 비전을 정의하였다.

다음은 슬로건을 정하는 것이었는데, 비전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비전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목적을 담은 단단한 의식이라면, 슬로건은 오늘의집이란 사람의 목소리이자,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감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오늘의집의 페르소나(인격화)였다. 평소 우리가 오늘의 집을 인격화한다면 그 사람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차분한 성격을 지닌 여성,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었고, 그녀가 우리의 슬로건을 말한다고 생각하니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



'누구나 쉽고 예쁘게 살 수 있어'  차분한 톤으로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이 슬로건은 사내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만큼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키워드,핵심가치,비전,페르소나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에 더욱.


여담으로, 처음엔 '누구나 쉽게 집을 꾸밀수 있다'와 '누구나 예쁘게 살 수 있다' 이 두가지를 놓고 깊은 논의가 이어졌는데, 다 맞는 의견이므로 둘을 합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고, 두 안을 놓고 살짝 대립?했던 두 동료가 서로 만족하며 회의실을 나왔다는 훈훈한 결말 :)  


다음은 시각적인 접근에서의 과정을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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