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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메디아 Apr 25. 2024

욕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하여

두 번째 이야기


    아침 7시 반이 되어 미리 설정해놓은 알람이 울리면, 나는 기상한다. 눈은 떠졌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5분만 더 자고 싶은데, 그 '5분만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나의 지각으로 이어질까봐 걱정스럽다. 이 걱정스러움에 나는 몸을 일으키게 되고, 복층 계단을 타고 내려와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한다.


    '5분만 더 자고 싶은 마음'은 일종의 욕망이고, 이러한 욕망을 충족한다면 나는 일시적으로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나 '5분만 더 자는' 행위로 인해 충족된 욕망은 결코 중장기적인 행복에 나를 위치시키지 못한다. 행위~욕망~행복의 연결고리는 이러한 간단한 반례만으로 시원하게 깨져버린다.


    행복과 이어진 것이라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착각되는 '욕망'이라는 것은 (비록 건강한 '욕망'도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대개 우리를 행복의 나라로 보내주지 못한다. 이러한 착각은 보통 '욕망의 충족'이 곧 '행복의 성취'과 동일한 것이라 간주하는 데서 일어난다.


    이전 글에서 구슬 아이스크림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었다. 구슬 아이스크림의 섭취는 나에게 '욕망의 충족'이었다. 하지만 구슬 아이스크림을 섭취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을 성취할 수 있었을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욕망의 충족과 행복의 성취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독립적인 사건이 되어버린다.


   한편, 197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수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심지어 "행복 = 소비 / 욕망 (Happiness = Consumption / Desire)"이라는 행복지수 공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욕망과 행복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반비례하는 것이다. 또한, 무작정 소비를 해대면 행복도 무작정 오를 수 있어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게다가 '소비'와 '욕망'이 서로 독립적인 변수일까? (노벨경제학상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


    가령, 나는 샤넬 백을 구입할 때도 행복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행복하며, 내가 싫어하는 친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행복하다. 실용적인 가치는 없지만 아름다운 물건, 나의 식욕을 해소해주는 음식, 그리고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해주는 인간의 고통은 모두 행복을 전해주는 듯하다. 즉, 왜인지 행복지수 공식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들조차도 일시적인 욕망의 해소에 불과하지,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샤넬 백을 구입할 때는 분명히 행복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샤넬 백에 익숙해지고 또 다른 것을 찾아나선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행복한 것 같은데, 금방 또 배가 고파지기도 하고, 먹다보면 물려서 효용이 떨어지기도 한다(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효용의 법칙'의 예시로 설명하곤 한다). 내가 싫어하는 친구가 넘어질 때조차도 (나쁜 마음이지만) 행복감이 느껴지지만, 사실 내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곱씹어보면 그런 마음을 품는 내가 나쁜 놈인 것 같고.


    욕망의 충족은 단숨에 느껴지니까 쉽지만, 행복의 성취는 너무 어려운 길처럼 느껴져서 와닿지 않으니, 둘을 일치시켜서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나고, 착각이 발생한다. 하지만 둘은 비례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반비례하지도 않고, 다소 독립적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면 나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테다.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곧 삶인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이를 멈추기가 어렵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어느새 '철학'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욕망과 행복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나는 이 해답을 요즘에는 수세기 전 에피쿠로스라는 철학자가 이야기한 것들에서 찾고자 한다. 에피쿠로스는 모든 욕망이 다음 질문에 대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욕망의 대상이 성취된다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만약 그것이 성취되지 않는다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 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2023) 中


    결국은, 욕망과 행복에 대한 고민도 '나'를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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