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비겁했던 건 너였어
헤어진 커플이었던 우리 관계는 쉽게 정리됐다. 작년 겨울, 여자 선배의 말처럼 그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비겁하게도 그는 내가 묻기 전까지 여자친구의 존재를 숨기고, 나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다. 마지막 만남은 야구장 관람이었는데 야구를 보고 온 다음 날부터 세상에 내가 없던 것처럼 연락을 끊어 버렸다.
나의 존재를 부정당한 일이 믿기지 않았던 걸까. 나는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믿음을 무기로, 받지 않는 전화도, 답장 없는 메시지도 열심히 보냈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된 지 4일째 되던 날,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 통화 가능하세요?
확인받고 싶었다. 나를 따라다니는 이 불쾌한 불안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
그는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 또 다시 그는 치사하게 이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만나는 여자, 생겼어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이전 같았으면 슬펐을 텐데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확실히 말해 줘야 저도 연락을 안 하죠. 다시 물어볼게요. 여자친구 생겼어요? “
“어.”
내 물음에 돌아왔던 건 짧은 대답뿐, 나에 대한 조금의 미안함도 없었다. 그저 그 사람은 나를 그 정도인 사람으로 여겼으리라. 한순간에 나를 감싸는 공기가 바뀌고, 나는 그와의 마지막을 정리했다.
“앞으로 연락하지 않기로 해요.”
그는 답이 없었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정신없이 후드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