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위하는 목소리가 내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와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성실하게 일했고, 일을 하는 중간에도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걸 애써 견뎌냈다.
“생일축하해.”
이별을 잘 견뎌낸 나에게 온 선물이었을까. 울리지 않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당신에게 오랜만에 받은 연락이었다. 그리고 그 연락을 시작으로 우리는 다시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종종 통화도 했고, 나의 생일엔 만나서 밥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 사람은 여전히 다정했다. 비가 많이 내린 날엔 내가 혹시라도 비를 맞진 않을까 우산을 기울여줬고, 음식을 먹으러 가면 그릇에 음식을 나눠 담아 주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카메라에 나를 담아 주었다. 아주 오랜만에 따뜻했다. 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관계를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이전보다 편해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2009년 겨울, 그와 나, 그리고 선후배들이 뒤섞여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헤어진 커플이었던 우리가 함께 자리에 오는 걸 의아해하는 몇 명 동기들도 있었지만 곧 그들도 편안해 보이는 우리 사이에 적응했는지, 이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선배. 이제 다시 연애도 해야지.”
나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그를 가장 좋아하는 선배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던 여자 선배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순간, 그는 멋쩍게 웃었고, 나도 따라 웃어 순간을 넘겨 버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관계가 처음으로 비참해졌다.
그와 만나 시간을 나누고, 영화를 보러 가고, 좋은 책 구절을 공유하고, 모임이 있을 때면 함께 다니면서, 곁을 내어 주지 않던 그 사람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내게는 유일한 위로였다. 하지만 여자선배의 말로 우리의 관계는 쉽게 정의됐다.
우리는 그저 헤어진 연인일 뿐.
다른 사람과 해도 무관한 일을 둘이 했을 뿐,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