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식물이 되어 살았다

사랑이 끝나던 날 사망선고가 내려진 기분이었다

by 빈틈


결국, 마지막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어 했던 그는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떠났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내내 울고 있는 나에게 그 어떤 위로도 건네어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주세요.”


그는 흔쾌히 안아 주었다. 메마른 가슴과 더 이상 내 등을 쓸어 주지 않던 손길에 끝을 실감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무작정 쏟아지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나 헤어졌어.”


낮잠을 자고 있던 동생이 들썩이는 내 어깨를 잡았을 때, 처음으로 내 입에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말이 흘러나왔다.


생각해 보면 동생과의 관계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연애였다. 동생이 아파하고 있을 때도, 그 사람을 쉽게 놓지 못했고, 그 사랑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할수록 동생을 외면하기도 했다. 그런 사랑이 말 한마디에 끝나 버렸다. 살면서 처음 겪어 본 헤어짐이 마치 내게는 사망선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독방에 갇혀 버린 죄수처럼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그저 간절하게 이 현실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 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집에 있을 때면 자리에 뿌리를 내린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오로지 물 한 통을 마시는 것이 유일하게 먹는 음식이자,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내게 와서 내 뿌리를 뽑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지금이 가장 편안하다 느꼈다. 그저 시간이 훌쩍 지나, 그 사람의 나이만큼 자라서 나도 그만큼 태연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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