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겨울

겨울의 각질 나부끼는 날에

by 이지완

《강의 겨울》


언 강 위로 어젯밤

겨울이 쏟은 각질

머무를 자리 못 잡는다


살얼음 사이로 오리떼가

그 밑으로 물고기들 흐르는데


저 살자고 나무가 떨구어

바래고 갉힌 잎의 신세가 되어

나는 또 어디로 휩쓸리는가


날카로운 바람의 희롱 따라

나는 한 뼘 더 언다



《어려운 일》


힘에 겨워 겨울인가

아침이 겨우 깨워 겨울인지도


꽃망울 터지길 기다리는 것

마른 손에 입김 불어 덥히는 것

네게 주었던 마음 회수하는 것

어렵다 힘겹다


언 마음

발치에 숨 죽여

웅크리고 있다




《얼다》


겨울이 강을

호되게 윽박질러

어는 게 아니야

당신이 나를

고되게 숨막아서

떠난 게 아니듯


강물이 겨울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어는 거야

내가 당신을

끝없이 가까이하여

떠난 것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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