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에 비친 자화상

by 이지완

《귤》


탐이 나 무람없이 덤비어

녀석의 고운 피부를 벗기려는 순간

초겨울이 반사시킨 주홍빛에 놀라

무르춤해져 가늠해 본다


녀석이 맺히고 달리고 부풀며

탐스러워지는 몇 계절이 지날 동안

나는 무얼 했나 무얼 가꾸었나


악다구니와 어처구니의 틈바구니

그 속에서 허우적대며 삭았지 낡았지

누군가를 제물 삼을 고얀 요량으로 사느라

누군가에게 바쳐질 고운 마음을 무시했지


따 먹는다 벗겨 먹는다는 저속한 말로

제 몫 다하느라 영롱하게 달린 생명을

비웃었지 욕보였지


삭풍이 혹독해 따스한 마파람 간절해지고

주고받는 삿대질도 허망해지는 한 순간

탐욕 아니라 감탄으로 너를 대할게

식탐 아니라 고마움으로 너를 맛볼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