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날, 나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시작이라는 감정, 그리고 창업 1일 차의 선언

by 밥대표

회사 메신저를 로그아웃하고, 노트북을 반납했다. 명함첩은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다.

퇴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누구 하나 붙잡지도,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깔끔한 퇴장이군.’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첫날.

자동으로 울리던 알람을 껐다.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집 앞 카페에 나와 앉았다. 그리고 캘린더에 새 일정을 만들었다.


[사장 1일 차 - 오전 9시, 집 앞 카페]

참석자: 나

아젠다: 앞으로 뭘 할까?


캘린더를 가득 채웠던 회의와 마감일, 메신저 알림이 사라지자 묘한 정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이제 누구인가?’


직함이 사라지니 역할도, 정체성도 흐릿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지만, 이상하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다시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


그래서 정했다.

남이 나에게 직함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고용하자.

“사장. 그래, 사장으로 하자.”


그렇게 나는 퇴사 다음 날,

스스로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창업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아직 거창하지만, 스스로를 움직이겠다는 선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사업자를 내기 전, 팀을 꾸리기 전,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제부터 내가 나를 책임진다’는 동의서였다.


불안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안고도 앞으로 가보자는 감정이 생겼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 나는 회사를 세운 것이 아니라,

다시 나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로 6년을 경험했어도 다시 처음은 참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프레임에서 움직이던 관성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를 밀어 넣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설렘이 공존하는 어려움입니다.

막상 시작하면 어떻게든 굴러갑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생각 없이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자고 생각했는데, 틀에 얽매이면서 쓰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막상 시작하니 책임감, 의무감이 느껴지더군요.


고민 끝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 제가 쓰고 싶은 글 그리고 제가 고민했던 이야기 들을 일단 다양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별도 연재도 시작합니다.


그동안 뜸했던 것,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 미뤄두었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2화 예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회사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