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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대표 Dec 03. 2024

놀이의 기술

진짜 잘 놀고 싶었습니다

진짜 잘 놀고 싶었습니다



요즘 선후배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가 있습니다. 바로 “노후가 불안하다”는 이야기입니다. 20년 넘게 일해 왔지만 삶은 조금 나아졌을 뿐, 안정된 미래를 꿈꾸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푸념이죠. 이런 개인의 불안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걱정마저 듭니다.


저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2018년 스타트업 대표로 6년을 보냈습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나날들이었죠. 운 좋게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이후 다른 기업의 임원으로 1년을 보낸 뒤 달리던 열차에서 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약 4개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온전히 나 자신에게 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20년 동안 단 하루도 소속 없이 쉬어 본 적이 없던 저는 운동도 하고, 백패킹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며 그동안 미뤄뒀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려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20년이 넘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안에 채워지지 않은 어떤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쉬는 동안에도 진짜로 놀지 못했다"는 사실을요.

마음은 늘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고, 정작 ‘오늘’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왜 우리는 미래를 두려워하며 오늘을 놓치는 걸까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짜로 잘 놀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 잘 놀기 위해서도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첫째, 잘 노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무작정 시간을 보내는 것과 진짜 잘 노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준비 없이 청계산에 맨몸으로 올라갔다가 정상에서 녹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파는 간식(사실 막걸리)이 없었다면 퍼졌을 겁니다. 그 이후로는 더 재미있게 산을 타기 위해 등반 난이도에 따라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하고 체력도 꾸준히 길렀습니다. 


백패킹, 러닝, 골프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활동이라도 기초 준비 없이 시도하면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없었습니다. (달리다 부상당하고, 골프 치러 가서 OB 계속 나고) 


결국, 잘 놀기 위해서는 노는 방법을 잘 배우고 사전에 계획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할 때와 비슷한 원리였습니다.



둘째,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일할 때처럼 목적과 목표를 세우는 것이 지쳐
서, 놀 때만큼은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즐기는 것만으로는 흥미를 잃게 되더군요. 


반면, 목적이나 목표가 분명하면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의 밀도가 높아지고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모임이 있지만 단순히 만나는 모임 보다 맛집을 탐방하거나 새로운 와인을 공유하며 의미를 더했을 때 훨씬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와인 때문인가?)


개인 활동 역시 목표가 있을 때 지속 가능했습니다. 러닝을 한다면 단순히 달리는 것보다 ‘월 50km 이상 달리기’나 ‘10kg 감량’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때 훨씬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목적과 목표가 있어야 즐길 수 있다는 건,  인생 절반을 일하며 길러온 일하는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셋째, 그 순간의 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적당히 놀아서는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술을 마실 때도 적당히 한두 잔으로 끝내기보다, 제대로 끝장을 봤을 때 며칠 동안 술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백패킹도 적당히 보내기보다는 완전히 내려놓고 해먹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온전히 쉬었을 때 만족감이 훨씬 컸습니다.


놀 때 몸이 힘들 정도로 몰입해야 머릿속이 비워지고, 진짜로 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몸이 지친 뒤에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다른 일에 몰두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었습니다. (아이랑 더 재미있게 놀아 주기도 했어요.)


몰입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은 오히려 더 큰 피로로 돌아오더군요.



결국, 잘 노는 것도 기술이자 역량입니다.




우리는 왜 진짜로 놀지 못할까요?



놀 줄 몰라서일 수도 있고, 
노는 데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노는 것을 죄스럽게 배워온 것도 한몫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좀 내려놓고 잘 노는 법을 배우고, 노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노는 순간의 밀도를 높인다면, ‘즐기는 근육’이 커질 것입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빈둥대다 비가 와서 못 나간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진짜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놀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실행이 뒷받침돼야 놀 수 있다는 것! 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행이라는 것을 놀면 놀수록 깨닫습니다. 


놀이 든, 일이 든 실행 없이 얻을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놀아 본 놈이 논다는 말이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실행해 보면 알 거든요. 첫발 내딛는 게 힘들지 해보면 쉽다는 것을 말이죠.



여러분은 무엇을 하며 놀아볼 생각인가요?


일을 왜 하냐고요? 놀기 위해서입니다. 

왜 놀려고 하냐고요? 즐겁기 위해서입니다.


즐거움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주름이 깊게 패일 거울 속 내 얼굴에도 

온화함, 여유, 그리고 기품이 스며들지 않을까요?


"잘 노는 것" 이제는 제 삶의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더 잘 놀기 위해서!!


새로운 일, 새로운 놀이를 하면서 더더더 즐거워지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하면서 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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