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까지의 관광에 지쳐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러닝을 다녀왔다. 걷다 뛰다 하며 찬찬히 운하 주변을 돌았다. 잠시 소나기가 떨어졌지만 그마저도 시원해서 좋았다. 우리나라 초여름 같은 날씨였다. 집 뒤 운하를 한 바퀴 돌면 대략 5킬로라 딱이다. 서핑 안 할 땐 여길 뛰면 되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암밴드도 챙겨 올 걸 아쉽다.
러닝이 끝날 즈음엔 햇살도 돌아왔다. 기분 좋게 집 아래에 있는 카페에 아사이볼을 먹으러 들렀다. 역시 나는 이런 행복이 좋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가볍게 러닝하고 집 밑에서 먹는 아사이볼 같은 종류의 행복. 오랜만에 밀렸던 일기를 쓴다. 하와이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매일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책도 읽고 글도 마저 쓰며 시간을 보냈더니 정말 쏜 살 같이 오후가 되어 버렸다.
며칠 간 못 갔던 와이키키가 그 새 보고 싶어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나오니까 갑자기 비 오는 거 왜 때문에 매번 그래? 비가 그치지 않을까 하는 미련에 쇼핑센터며 카페며 주변을 배회하며 기다려 봤지만 비가 그칠 기미가 영 보이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하와이풍 원피스만 하나 사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파머스마켓이 서는 걸 발견했다. 손수 손질한 망고와 파인애플을 팔고 있다. 너무 기분 좋게 망고와 파인애플도 샀다. 워니와 조그마한 케이크도 사서 축하파티를 했다. 초를 불고 맥주를 마시는 해 질 녘. 그리고 곧 비가 그쳐 잠시 나간 와이키키 밤바다. 아름답다. 이렇게 집 주위를 한량처럼 돌아다니는 여행이 나는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