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을 마무리하며 - 이젠 하나가 아니라 둘

by 담다리담

작성일 2025년 3월. 작년에 글을 올린다는게 깜빡하고 2026년이 되어서야 글을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올 해 내 삶의 키워드는 결혼으로 대표된다. 결혼에 따라오는 물질, 사랑은 부가적인 것들이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것은 느낌이 묘하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큰 이유 없이 나를 반겨주셨다.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나를 어려워하셨고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셨다. 예비며느리인 내가 잘 보이기 위해서 애써야할텐데 나보다 훨씬 더 나를 신경써주시고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주셨다. 감사하면서도 의아했다. 단지 얼굴 한 번 뵌 사이인데 예비시아버님은 나를 보고싶어 하셨고 예비 시어머님도 내 목소리를 누구보다 반가워하셨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나를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신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내 삶에서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여본 적이 없다. 우리 강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는 아주 큰 결심이 필요했고 진정한 내 가족으로 생각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을 하는 일은 단지 남자친구 한 명을 내 동반자로 들이는 일 이상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일이었다. 가족이 두 배가 되는 일이 아직까지도 나에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새로운 가족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일은 아직은 얼떨떨하다.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옛날처럼 무작정 시부모님과 며느리의 관계는 여기까지만 해야해, 라는 선을 긋지도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대처가 조금 익숙하다. 그들의 나에게 잘해주시는만큼 나도 잘 해드리고 싶다. 우리 엄마도 올해 근 10년을 안 하던 김장을 했다. 예비사위가 밥을 좋아하니 영 신경이 쓰여서 김장을 했다고 한다. 우리엄마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위를 너무 좋아한다. 부모님들은 이미 자식들을 새로운 자식으로 맞아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우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제는 부산에 내려가서 우리집도, 남자친구집도 들러야 해서 시간이 두 배로 빠듯하다. 이틀밖에 없는 주말에 볼일을 보고 나서 양가를 들리면 이틀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이제는 가족과 뭘 하든 두배다. 이렇게 내 세상이 새로운 방향으로 한 번 더 커졌다.



하나로 살 때보다 둘로 살 때 여유로움이 배가되고 씀씀이도 배가된다는 것을 느꼈다. 집을 합친 후에는 혼자 있을 때보다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나를 위한 시간이 줄어듦을 느낀다. 책을 읽는 양이 유난히 줄었고 글을 쓰는 시간이 사라졌다. 운동도 이사온 이후로 한 번도 가지 않았으니, 억지로 노력해서 만들지 않으면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은 영영 오지 않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타성에 젖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 삶은 더 즐거워지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물질적인 것만 남지는 않을 지 걱정이 된다. 이런 삶을 살지 않으려면 무던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지언데 그를 놓아버리는 것이 참 편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둘이 되는 것은 이런 것인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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