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을 마무리하며 - 집과 재테크

by 담다리담

작성일 2025년 3월. 뒤늦게 올리는 글


올해는 집을 알아봤지만 결국은 남의 집에 정착했다. 5월부터 8월, 3개월 동안이나 집을 알아봤는데 한 달에 1억씩 높아지는 호가를 보고 질려서 결국은 사지 못했다. 우리가 포기했을 때보다 지금은 호가는 더 비싸지만 거래는 되지 않는 얼음시장이 지속된다. 크게 느낀 바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혼자 하려던 의사결정을 둘이서 하려니 두배는 오래걸리고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 둘째, 그 때는 내 생각이 다 맞는 것 같고 이 흐름이 영원할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 세상은 일어날 일을 그저 일어나게 두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깨달음이 더 크다. 공급이 적고 금리가 낮으니 당연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예상하는 가격상승에 수요자들은 빨리 움직여서 가격상승이 가팔랐고 정부 또한 이를 알고 있으니 대출을 틀어막아서 비교적 큰 트러블 없이 상승세를 잠재울 수 있었다. 모두가 아는 정보가 되기 전에 발빠르게 움직이거나 아니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일 깨닫는다. 투자에서 특히 이 경향은 두드러진다. 본격적으로 투자에 발 담그어보려면 마인드셋부터 다르게 먹어야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이제 두 번째 집을 매매해보려하니 혼자 의사결정을 할 때는 오히려 쉬웠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는 오히려 둘이서 합쳐서 집을 사는 사람들은 괜히 더 편해보였는데, 지금와서 보니 나는 그 때 몸이 확실히 가벼웠다. 나만 움직이면 되는 일이니 나만 설득되면 그 다음 행동은 빠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자친구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설득해서 움직이게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와 내가 모두 바라는 조건들을 맞추려니 예산에서 벗어나고 예산에 맞는 곳은 둘 중 하나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둘다의 마음에 드는 곳은 흠 잡을 곳 없는 무난한 곳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비쌌다. 아 앞으로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질 날들만 남았구나 싶었다. 단 일박 여행을 갈 때도 짐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는데, 일을 옮기고 거처를 옮길 때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고려할까. 그 모든 것을 만족하는 곳을 찾기 지쳐 어느새 시도하지 않게 될까. 몸도 짐도 무거워지는 나로 살기 싫은데 말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의 몸과 짐을 함께 고려하는 나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재고 따져야할까,


한편 4월부터 줄기차게 오르는 부동산을 보면서 이제는 앞으로는 한동안 올라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3-4월까지만 해도 조심스럽던 부동산유투버들도 5월부터는 확신에 차서 다들 말했다. 공급이 이렇게 적은데 어떻게 집값이 안정적일수가 있겠냐고. 금리가 떨어지고 공급이 없으니 이대로 상승할일만 남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얼마전과 태세가 너무 다른 유투버들의 말을 보면서 아 원래 이렇게 빨리 변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9월 이자를 옥죄자마자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은 횡보해서, 유투버들의 말은 또 빠르게 바뀌었다. 10월즘 되니 갑자기 불확실장으로 확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들의 말에 따라가면 안되는거구나 싶었다. 내가 겪은 것은 오로지 장기급상승하는 불장과 급하락장 뿐이고, 그래서 급하락장 뒤에는 급상승장이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은 항상 예상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만약 예상대로 움직였으면 겉햝기로 시장을 읽을 수 있는 사람조차 부자가 됐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이번 장에서는 막상 매수하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곳을 다니면서 나는 집 보는 법을 배웠고, 대세에 휩쓸리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가장 매수하기 좋을 때는 장이 조용할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렇지만 전세집에 살아보면서 나의, 이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집이 어떤 집인지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금 집은 신축이다. 내부는 너무 깨끗하고 좋지만, 나는 이 집을 감히 빛 좋은 개살구라 정의한다. 가장 좋은 것은 수납공간. 구축에없는 수납공간도 군데군데 많아서 짐이 없이 깨끗해보인다. 붙박이장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굳이 서랍장이나 정리물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집이 깨끗해보인다. 예전에는 참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수록 짐이 많아져서 수납공간이 좋은 것을 느낀다. 두번째는 집이 깨끗하니 쾌적하다. 청소를 도와주셨던 분도 이번에 입주하는 집이냐고 여쭤보실 정도로 집이 깨끗하고 그래서 괜시리 찝찝할 것이 없다. 세번째는 전망. 우리는 집을 구하러다니면서 전망을 그렇게도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의미랴 싶었지만 앞동을 바라보는 집에 살고 싶지가 않았다. 자연과 최대한 가까웠으면 했다. 풀이 보이는 곳을 찾아다녔고 그나마 타협한 곳이 풀은 아니라도 뻥 뚫린 남산뷰였다. 뷰는 너무 좋다. 게다가 뻥뷰에 고층이라 커튼을 닫을 일이 없다. 항상 커튼을 열어두어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그렇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소음. 엘레베이터 바로 옆도 아닌데, 안방에서 엘레베이터가 오가는 소리가 난다. 탑층에는 도르래소리까지 난다고하는데 탑층이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기타연습을 하는 소리나 진동소리 등 자잘한 소음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게 들린다. 신축은 다시 법규가 강화되어 문제 없는 줄 알았는데, 20년된 구축인 나의 이전 집보다 오히려 소음이 더 크다. 다만 사람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두번째는 언덕. 그냥 언덕이 아니고 지하철 역에서 먼 언덕. 이전 집을 매수할 때는 언덕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집을 구하다보니 그게 무슨 소용이랴 싶었다. 다른 중요한 조건들이 너무 많았기에 언덕은 너무 추상적인 조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살아보니 달랐다. 차로 다니면서 한 번 지하철역까지 슥 걸어봤던 거랑, 실제로 살면서 지하철역에 걸어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언덕 위에 우뚝 있는 집은 뷰는 좋을 지언정 다른 모든 것들과 멀다는 의미였다. 이 높은 곳에서 내려가야만 뭐든 할 수 있다. 편의점 한 번, 커피 한 잔 등 주변에 무엇을 하려 어디를 가든 기본적으로 언덕을 10분은 걸어야했고 지하철역에서 내려서는 가파른 언덕을 20분을 걸어와야만 집에 도착했다. 서울 중심부에 살아서 다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막상 어디서 내리든 20분을 더 들어가야하니 경기도에 살던 이전보다 딱히 중심과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세번째는 동향. 우리는 이 집을 안 보고 계약했다.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그냥 계약되는 데 하자 하고 계약했다. 계약할 때는 부동산에서 남동향이라 하셨는데 막상 집에 와서 나침반을 켜보니 정동향이다. 동향은 가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결국 동향에 살게 되었다. 동향은 확실히 집이 서늘하다. 눈에 띄게 해가 덜 들어온다. 아침에는 해가 뜨는 모습이 굉장히 예쁘게 보이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11시만 넘어도 해가 들어오지 않아서 집이 그냥 서늘하다. 해가 따스하게 내리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남서향이라 오후 4시까지 해가 길게 드리웠던 이전 집에 비해서 어둡고 추운 느낌이 도드라지는 집이다. 뷰보다 중요한 것은 햇살이라는 것을 너무 잘 깨닫게 해 주었다.

이번 집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계약절차뿐만 아니라 살아보면서 겪을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깨달았다. 계약하면서는 오만 해프닝을 겪었는데 이건 다른 글로 엮어보아야겠다.

일단은 평지여야 하고 해가 잘 들어야 한다. 지하철역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상권이 있어야 한다. 뷰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프라이버시 지킬 수 있는 고층은 다시 집을 구한다해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안쪽 동이거나 바깥쪽 동이거나 하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 어느 아파트단지이냐가 중요하다, 이왕 사는 거면 대장단지를 매수하자. 괜히 같은 동네의 대장과 계속 비교하게 된다. 20평으로 돌아가면 조금 답답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30평에 굳이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특히 매수할거면 20평대를 매수하자. 다만 방3화2는 삶의 질을 위해 고수해야할 조건이다. 다음 집은 아마도 땅값이 높은 준구축에 갭을 끼고 20평대를 매수할 것 같다.

이렇게 보고 나면 그 때 바로 매수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 때 보는 시야와 지금 보는 시야가 또 다르니까 말이다. 집이란 실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여름의 나와 겨울의 나조차 바라보는 시야가 다르다. 그 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일부는 지금은 필요 없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매수한다면 고려하지 않았거나 못했을 언덕, 동향, 신축에 직접 살아보면서 나에게 진짜 필요한 건 뭔지를 굳혔다. 앞 세가지 조건은 앞으로도 고려하지 않을 것임을. 큰평수보다도 나은 급지로 가는 것이 나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도 굳혔다. 인프라와 지하철은 가까워야한다느 것도 더 명확해졌다.


나도 안다. 전세에 이렇게 돈을 많이 묶어놓는 것은 독이라는 것을. 우리의 마음대로 2년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좋은 집이 혹은 좋은 타이밍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분수보다 비싼 전세를 계약하고 들어갔다. 남자친구와 아직 오래 연애하지 않앟고 그를 이해할수도 없을만큼 어려운 때였다. 서로의 의견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싸우느니 편한 길을 택하고 싶은 때였다. 이로서 많이 배우게 되면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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