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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May 18. 2021

나도 내 삶을 간단명료하게 꾸릴 수 있었다

웬디 우드 - 해빗


나는 습관을 좋아한다.

습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삶을 더 간단명료하게 해 주니까.


습관은 우리의 삶의 약 45%를 차지하지만, 그것이 습관이라고 인지하기 전까지는 습관이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 알기 어렵다. 핸드폰을 들었을 때 무심코 인스타그램을 켜는 것도 습관이고, 퇴근 후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몸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것도 습관이다. 즉,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습관이다.

습관은 “철저하게 무관심한 마음”이며, 그래서 습관을 많이 활용할 수록 뇌를 아껴쓸 수 있다.


항상 불규칙하게 자고 움직였던 나는, 고요함 속에서 오리지날리티를 만들어내는 하루키의 삶을 부러워했었다. 그러다가 습관이라는 개념을 만났고, "아 하루키의 삶은 습관이 탄탄히 지탱하고 있구나"를 깨달았다. 사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창의성도 일관되게 반복할 수록 늘어났으니까 말이다.(출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내가 습관을 좋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웬디 우드 교수님이 쓰신 “해빗”이라는 책이다. 해빗이라는 책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습관에 넘김으로써 우리의 뇌를 진짜 필요한 영역에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습관의 디테일” 등 많은 습관에 관한 책보다도 이 책에 꽂힌 이유는 “어떻게”보다 “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떤 원리로 인해 내가 습관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지, 습관을 만들거나 없애려면 뇌 속의 어떤 부분을 활용해야 하는 지 이해시켜준다. 내 뇌 속의 원리를 깨우치고 나니 나의 마음 속 공감지수가 퐁퐁 생겨난 것이다.



습관에 대해 이해해보려면 우리의 뇌 속부터 조금 들여다보면 좋다. 

우리는 생각을 할 때는 전두엽을 쓰지만, 습관적인 행동을 할 때는 중뇌의 선조체(조가비핵) 라는 영역을 쓴다. 전두엽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지만, 선조체는 본능의 영역이기에 아무리 써도 에너지가 줄어들지 않는다. 즉, 고민을 덜 하고 행동을 반복적으로 만들수록 우리의 전두엽을 아낄 수가 있다. 마크 주커버그와 스티브잡스가 매일 같은 옷만 입은 건, 그들은 한정된 에너지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옷을 고르는 데 쓸 뇌(전두엽)의 에너지를 아끼려고 옷입는행동을 습관으로 만든거다.


예를 들어 우리 운전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

운전을 처음 할 때 우리는 다른 생각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운전에만 집중한다. 이 때는 우리 뇌 속의 전두엽이 개입해서 매 순간 어떻게 행동할 지 심사숙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운전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도 능숙하게 운전한다. 왜냐하면, 전두엽의 개입이 줄어들고 선조체의 개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습관이 된 행동들은 더 간단해진다. 행동이 간단해지면 내 일상도 잠잠해진다.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같은 행동을 해도 훨씬 더 쉽게할 수 있다니. 매일 할 필요가 있는 일을 하려고 에너지를 쓰는 대신, 더 중요한 일(글쓰기, 일하기, 책 읽기)에 넘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습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습관은 아래와 같을 때 더 굳건하게 뿌리내린다.


1. 상황이 일정할수록

2. 행동이 쉬울수록

3. 보상이 명확할수록

4. 행동을 반복할수록


   

일정한 상황


우리 습관은 상황이 일정할 때 빨리 정착한다.

하루 3번 양치질하기 라고 하는 것보다 밥 먹은 직후에 양치질하기 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훨씬 더 빨리 습관이 정착되는 법이다. 실제로 일주일에 매일 운동간다고 했던 사람들보다 매일 저녁 8시에 운동간다고 했던 사람들이 운동 간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출처: 해빗). 특히 어떤 상황에 우리의 습관을 덧붙일 때, 우리는 더 손쉽게 습관을 만들 수 있다.

나는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서, 아침 7시에 눈 뜨자마자 양치질하고 책상에 앉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눈 뜨자마자 칫솔을 입에 물었고, 입을 헹구자마자 그냥 앉았다. 할 일이 없어도, 하기 싫어도 괜찮았다. 이렇게 앉는 일을 반복하자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이 일은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아침에 나만의 고요한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더 이상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카페에 가거나 폰을 숨기는 등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된다.

(“챌린저스”라는 앱을 이용해도 행동을 무조건 반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앱에 대한 이야기도 다음 번엔 해 보겠다)


   

쉬운 행동


매일 저녁에 러닝하기 vs 매일 저녁에 유튜브보기. 둘 중 어떤 행동이 빨리 습관으로 정착될까?

당연히 유튜브 보는 행동이 훨씬 더 빨리 습관으로 정착된다. 왜냐, 행동에 마찰이 적기 때문이다.

행동이 쉬울 수록, 더 빨리 습관으로 정착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을 잘게 쪼개어야 한다.

매일 저녁에 러닝하기는 어렵지만, 매일 저녁에 10분 걷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아가서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집까지 걷기는 조금 더 쉽다. 이런 식으로 행동을 쉽게 시작한 다음에, 조금씩 덧붙여나가는 것은 해볼 만하다.

나는 그래서, 30초만 스트레칭을 한다. 30분씩 스트레칭하긴 어렵지만, 기억날 때마다 30초씩 스트레칭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명확한 보상


습관은 보상이 명확할 때 빨리 만들어진다. 우리의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도파민이 주도하는데, 도파민은 보상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매일 러닝을 해서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바로 보인다면 이 행동을 반복하기가 쉽지만, 살이 빠지는 지 알 지도 못한다면 매일 러닝하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하지만 러닝 그자체가 보상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러닝”이라는 행동 자체가 재미있다면, 그 행동 그대로 보상이 되고 습관은 빠르게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나는 수영하는 행동 그 자체를 좋아해서, 수영하는 그 자체가 신이 나고 기다려진다.


다만, 모든 행동이 그 자체로 보상일 순 없다. 이럴 땐 우리가 행동에 보상을 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행동을 할 때 스스로 칭찬을 해 줄 수 있고, 캘린더에 동그라미를 쳐서 성취감을 고취할 수도 있다. 친구와 내기를 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보상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주어졌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슬롯머신을 쓰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레버를 누르는 것처럼.


보상은 많은 앱서비스들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방법이다. 당근마켓이나 애플워치의 뱃지는 유저에게 성취감을 보상으로 주기 위한 장치이며, 인스타그램은 좋아요와 댓글이 유저의 사회적인 보상이 된다.(친구들의 인정과 재미라는 맥락에서). 

특히 인스타그램은 이 심리적사실을 적극 활용하는데, 앱에 처음 진입한 유저에게 피드를 올리는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유저가 받은 하트나 댓글을 즉각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하트는 점진적으로 늘어나지만, 인스타그램은 이것을 알림센터에서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모아서 한 번에 보여준다. 그럼 기존의 작은 숫자의 하트를 기준으로 생각하던 유저들이, 갑자기 많은 수의 하트를 받고는 많은 사회적 보상을 받았다고 느끼게 되며, 피드를 올리는 행동을 반복하고 싶게 된다.


   

보상이 없어도 할 때까지 반복할 것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었다는 신호는, 다짐이나 보상이 없어도 그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이미 몸을 실었다면, 그건 그 경로가 이미 습관이 되어서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이제 알람이 없어도 7시에 일어나고, 아침에 성취할 과제가 없어도 책상 위에 앉는다. 딱히 이유가 없어도 그냥 그렇게 한다. 나만의 리츄얼이 된 거다. 


이렇게 내가 무던히 애써야 할 어떤 행동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삶은 조금 더 단순해졌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을 진짜 해야할 일에 배분할 수 있다. 이로써 내 삶은 정말로 간단명료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일상에서 불확실한 부분들이 줄어들면 내 삶을 내가 컨트롤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 느낌은 엄청난 성취감을 준다.


습관에 있어 내가 가장 꽂힌 말은 이거다.

“일상을 노력이 필요 없는 정신의 자동 활동 영역에 더 많이 넘겨줄수록, 마음은 본래 처리해야 할 일(proper work) 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습관을 이용하면 내 가장 소중한 리소스인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쏟을 수 있다.

why not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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