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에서 모든 도메인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1

실무에서 의사결정자로 가는 길

by 담다리담

실무보다 조금 넓은 시각으로 의사결정을 바라보다 보면, "내 사업이라면, 내 돈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가 핵심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말 그대로 오너(CEO 혹은 돈을 가진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며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태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오고 실천해온 "고객관점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실무부터 완전한 기본이다. 그러나 레벨이 올라가고 더 큰 그림을 볼수록 중요한 것은 리소스의 ROI라는 것을 깨달았다. 임팩트가 나온다고 해서 무작정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임팩트가 있더라도, 그 임팩트의 크기는 시기마다 분명 다르다. ROI가 잘 나오는 시기가 있고 그때에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진행했던 마켓플레이스 런치는 "셀렉션 증가"라는 명확한 아웃풋이 있다. 이 아웃풋은 결국 회사의 "매출증가"라는 최종 목표에 기여를 할 것이다. 고객관점에서 여러 사이트를 뒤질 필요 없이 한 사이트에서 찾는 모든 상품들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가격과 서비스가 가장 좋다면, 그들은 굳이 다른 사이트를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분명한 임팩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켓플레이스를 런치 하는 것은 분명 엄청난 리소스가 드는 일이다. 이런 Invest는 큰 변동이 없다고 할 때, ROI에서 가장 큰 변수는 Return이다. 1/같은 리소스로 얼마나 더 많은 셀렉션을 얻을 수 있는지, 2/ 셀렉션 당 창출할 수 있는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가 Return의 요소인 것이다.


Business life cycle, 출처: https://www.educba.com/business-life-cycle/

위 그래프의 business life cycle 기준으로, 나는 A시점에 마켓플레이스 런치를 준비했었고 결국 CEO의 결정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마켓플레이스는 다시 런치 했고 현재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B 시점이다. 런치결정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아주 초반의 Introduction 시기에는 모두들 경주마처럼 달리던 때라 런치 자체가 지표가 되던 시기도 있었다. 메트릭을 보려 해도, AB테스트를 하려 해도 고객행동이 없어 데이터도 없던 시기다. 현재 MAU 600만 정도는 나오는 시기로, 누가 봐도 완연한 성장세에 들어섰다. 지금이야말로 셀렉션 증가로 성장에 박차를 가하면 ROI가 가장 잘 나오는 시기다. CEO는 이걸 알았고 나는 알지 못했다.


비슷한 문제로 어제 VP에게 혼이 났다. 오퍼레이션팀의 SOP(Standardized operation process)를 결정하는 미팅이었다. 반나절만에 급하게 두 가지 옵션을 준비하여 Pros and cons를 깔끔하게 정리해 갔다.

Option1은 가장 정석적이고 이상적인 방향으로 메트릭을 성장시키는 일이지만 구조적인 변경이 필요했고 현재는 임팩트는 크지 않은 일이었다. Option2는 커버리지가 완벽하지 않아 놓치는 부분이 명확했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나는 Option1을 제안했고 VP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내 사업이라도 그런 결정을 할 거냐고 물었다. 몇백만달러짜리 사업을 움직이면서 Impact도 고려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평소 내 개발자들, 내 리소스, 내 옵스팀에 대한 백로그를 챙길 때는 임팩트를 칼같이 챙겨서 우선순위를 정하면서도, 막상 다른 팀의 리소스에 대한 보고를 할 때는 임팩트를 챙기지 않았다. 나는 Operation SOP라는 주제에 매몰되어 고객인 Operator의 이야기를 듣는 데만 치중했다. 조금만 임팩트를 들여다보면, 아직은 Option1이 임팩을 내기에 시기상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A시기임에도 불구하고 B시기에 할만한 제안을 한 것이다.



다만 내가 Option2를 우선순위로 제안했다면 아무런 Impact estimation 조차 없어도 회의는 스무스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어제 회의도 결국 Option2로 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Option2도 임팩트는 동일하게 없었지만, 추가 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VP, CEO레벨에서 추가 리소스가 들어가는 일에는 아무리 급하게 준비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Impact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것을 사실을 어제 다시 한 번 명확히 인지했다.


돈을 받아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돈을 주는 사람을 항상 설득해야 하고, 그중 가장 명확한 논리가 임팩트를 측정하는 일이다. 만약 내 일이라면, 즉 내가 돈을 대는 사람이라면 분명 ROI를 고려했을 것이다. 내 통장에서 돈이 얼마나 빠져나가는지가 명확하므로. 실무 때처럼 고객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해결책을 가져가는 것은 이제 좁은 시야다. 비즈니스 방향을 정할 때에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비용과 리턴을 명확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그동안 초기투자단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ROI 계산에 조금 더 느슨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는 필수 고려대상이 되었다.


비즈니스가 성숙할수록 ROI는 훨씬 더 중요한 사안이 된다. 일례로 이전 성숙한 비즈니스에서 일을 할 때, “마이페이지”가 정말 오래되고 불편했다. 하지만 결코 그 페이지를 바꿀 수가 없었다. 몇 번의 AB테스트를 해도 해당 페이지의 목표 임팩트인 Self-service율(고객이 CS에 연락하지 않고 스스로 반품, 교환 등을 처리하는 비율) 가 개선되지 않았다. 페이지가 보기 좋지 않아도 고객은 이미 셀프로 찾을 수 있는 메뉴는 다 찾고 있었고, 반품메뉴의 위치를 바꾼다고 해서 딱히 해당 메뉴를 더 잘보거나 못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해당서비스를 사용하는 지인들이 왜 마이페이지는 이렇게 예쁘지 않아? 라고 물을 지경이 되어도 우리는 페이지를 변경할 수 없었다. 예쁘지 않은 마이페이지는 고객이 self-service를 행하는데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ROI가 나오지 않는 일은 절대 개선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이페이지가 더욱 성숙해져서 그 페이지에서 매출이 나오는 시점 즈음 매출을 성장시키는 기여도 덕에 결국 AB테스트가 성공해서 페이지를 변경할 수 있었다.


임팩트를 항상 외쳐왔지만 어쩐지 임팩트와 ROI의 당연한 관계를 이번에 다시 명확히 깨달은 느낌이다. 옛날 학교에서 배운 개념을 이제 정말 실무에서 써먹으면서 체득하고 다듬어간다는 게 느껴졌다. 결국은 기업의 사업도 본질은 개인의 사업과 똑같다. 내 돈을 쓰는 것처럼 모든 사업에서도 ROI를 따지는 것이 모여서 사업의 수익을 만들어 낸다. 그럼 내 사업을 하지 왜 남의 사업을 키우는데 이렇게 골머리를 앓느냐고? 첫째는 잃을 때의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이고 (나에게 최악의 위험은 회사에서 잘리는 것이다) 둘째는 이런 대형 사업을 초기단계부터 만져보는 것은 내 사업을 하는 것보다 백 배의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남의 돈으로 이만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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