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PT 원칙으로 AI 제대로 쓰기

by 담다리담

11/23 에 쓴 글


연말이 다가오면 늘 바쁘지만, 올해는 유난히 숨이 막힌다. 승진 여부가 12월까지의 성과에 달려 있고, 내년 플래닝까지 겹쳐서 머릿속은 늘 풀가동 상태다. 그동안은 주어진 숫자를 따라 분기 목표를 세우는 데 익숙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목표를 Whitepaper 형태로 작성하고 있다. PPT나 엑셀 파일이 아니라, 마치 논문처럼 본격적인 문서다.


처음에는 Whitepaper라는 개념이 익숙치 않아 유튜브에서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GPT에게 물어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GPT는 whitepaper가 뭔지도 알고 있고 내가 적은 문장을 whitepaper 형식으로 바꿔줄 수도 있는 능력자다. 굳이 내가 유튜브에서 뭔지를 배워서 0부터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처음엔 익숙지도 않은 문서 형태를 영어로 멋진 문장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다른 팀 매니저가 작성한 예시를 봤을 때는 화려한 문장력에 겁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본질에만 집중하면 된다. Problem, Root Cause, Trade-off, Metric—이 네 가지가 핵심이다. 나머지는 AI가 알아서 다듬어준다. 형식도 문장도 모두 다. AI로 문장을 다듬어보니, 레퍼런스의 화려한 결과물도 결국 AI의 손을 거친 것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동시에, 핵심에 집중하기 쉬워진 만큼 사람들의 기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문장의 화려함은 기본값이 되었고, 진짜 경쟁력은 핵심 데이터와 명확한 사고다.


예전에는 주간 보고서를 제출하면 매니저의 피드백 절반 이상이 문장에 관한 것이었다. 단어를 바꾸고 표현을 고치라는 지적이 반복됐다. 그때는 '이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강 써서 AI에게 교정받았더니 훨씬 깔끔하고 읽기 좋은 문서가 되었다. 오히려 원어민이 직접 쓴 문장보다 더 세련돼 보였다. 보고서가 사람이라면 문장은 얼굴이다. 이제 나는 가능하면 모든 리포트를 AI로 걸러서 보낼 생각이다.


리포트란, 발표 스크립트를 쭉 적어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을 기승전결로 풀어내고, 마지막으로 액션 아이템까지 남기는 흐름이다. 결국 리포트든 PPT든 각 문단, 각 장표에는 하고 싶은 말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이 '하고 싶은 말'에만 명확하게 집중하면, 나머지 문장력은 AI에게 기대할 수 있다.


컨설팅펌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 확실히 이런 기본기가 잘 되어 있고, 나는 그런 부분들이 확실히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AI가 있으니, 약한 문장력이나 구성력을 AI로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좋았다. 그런 만큼 나는 데이터와 숫자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핵심 뼈대만 명확히 잡으면 나머지는 AI로 채워넣을 수 있다.


2월 8일, 3개월 전의 리포트를 읽어보며

이 리포트를 썼을 때가 내가 처음으로 업무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때만 해도 AI를 통해 내 허접한 영어 문장들을 멋지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막연하고 막막했는데, 대충 쓰고 멋지게 바꿔달라고 하면 그대로 바꿔주니 참 할 만했다.


그런데 이제 점점 더 머신러닝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면서, 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내가 초안을 쓴 걸 깔끔하게 다듬는 걸로는 부족했다. 검색창으로만 마냥 쓰는 것도 충분치 않았다. AI를 활용해서 나 대신 이메일을 쓰거나, 나 대신 어떤 데이터를 요청해야 할지 정리할 수도 있다.


여기가 지금 내가 막혀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더 AI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1에서 5로 만드는 건 시킬 줄 알지만, 0에서 1을 만드는 건 할 줄 모른다. 예를 들어 메일 답장을 하더라도 내가 먼저 초안을 쓴 후 다듬어달라고 하지, 이메일에 대한 답장을 바로 요청하지는 않는다. 명확한 요청을 하는 프롬프트를 쓰는 법을 모르는 거다. '요청을 하느니 내가 하지'라는 내 고질병이 AI에게도 나타난다.


최근 내가 느끼는 바는, '시키느니 내가 하지' 병은 나의 발전에도, 팀의 진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0부터 AI를 인게이지해서 아이디어를 다듬고 솔루션을 찾아나가는 것은 나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결과물의 퀄리티에도 영향이 클 텐데 말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AI의 가장 큰 포텐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AI를 평소에는 단어사전 정도로만 활용할 뿐이다. 평소 PRD를 쓸 때도, 솔루션을 낼 때도, 할 일을 정리할 때도 AI를 인게이지해야만 내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을 더 명확하게 해야겠다.


최근 읽은 "프롬프트 텔링"이라는 책에서 뽑아낼 수 있는 핵심은 단 한 줄이었다. (한 줄의 핵심에 살을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한 저자도 아마 어떤 책을 써야 잘 팔릴지를 끝없이 AI와 논의하고 협업해서 완성했을 것이다.)


그 핵심은 이와 같다.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는 "PROMPT" 원칙을 가지고 작성하라. 풀어보자면 컨텍스트 없는 부하직원에게 일을 설명하고 일을 시키는 것과 동일한 스탠스로 시키면 된다. 지금은 참 귀찮지만,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적용해 보아야겠다.


P - Persona; 어떤 자아로서 답을 해주길 바라는지. 자아가 구체적일수록 AI의 답변도 구체화된다
R - Reference; 명확한 요구사항이 있을 땐 '이것처럼 해줘'만큼 편한 게 없다
O - Objective; 어떤 목적으로 필요한지를 알려줘야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목적을 명확히 알려주면 더 좋은 효율이 나지 않는가?
M - Mode; 어떤 형식으로 답변을 받고 싶은지, 예를 들어서, "테이블 형식으로 top3 후보에 대한 장단점을 나열해줘" 같은 프레임을 지어주는 거다
P - Point of view; 독자 설정, 예를 들어서 30대 여성, 임원 등 누가 읽을 건지를 알려주는 것
T - Tone; 어떤 톤의 말투로 답변을 해 주면 좋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