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바닥에서 먼 바다로

by 콩나물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무엇인가. 물고기 떼, 상어, 돌고래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아름다운 풍경과 신비로운 생명이 우리가 바다에 들어가는 이유다. 그러나 만약 바닷속에서 내가 보는 풍경도 휴대폰 스크린타임처럼 시간이 계산된다면, 최상위 랭킹에는 아마도 아마도 앞사람 뒷모습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앞사람 엉덩이에 40%, 오리발 신은 발바닥에 60% 정도로 시선이 오래 머무르게 된다. 초보 다이버라면 그 정도는 더 심하다. 도시처럼 길이 좁은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품을 정도로 넓다는 바다에서 왜 남의 발바닥이나 엉덩이를 봐야 하는 것인지 의아할 것이다. 그렇지만 바닷속에서 앞사람 오리발바닥을 보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오리발바닥을 많이 보게 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보통 엎드린 자세로 가게 된다. 오랜 기간 동안 물고기가 그렇게 진화했듯이 물속에서는 유선형의 몸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균형을 잘 잡고 물의 저항을 덜 받아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자세다. 처음에는 걷는 것이 익숙해서 해마처럼 반쯤 일어서곤 하는데 익숙해지면 엎드린 자세가 참 편안하다. 다이버에게 오리발은 커다란 노와 같아서, 파장을 일으켜 추진력을 주기도 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리발을 적시에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무릎과 발목은 기역자로 꺾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그러다 보니 뒷사람에게 오리발 신은 발바닥을 내내 보여주곤 한다.

둘째, 물속에도 길이 있다. 일반적으로 맨 앞에는 길을 잘 아는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하고, 그 뒤로 버디끼리 두 줄을 지어 가이드를 따라간다. 이 길은 물리적으로 바위틈이나 동굴처럼 좁은 길일 때도 있어서 줄을 서서 이동하면 서로 부딪히는 것이 덜하다. 또한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갑자기 어떤 지역에서 센 조류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조류에 휩쓸려 일행과 헤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가이드가 먼저 지나간 안전한 길을 따라가기 위함이기도 하다. 유치원에서 소풍을 갈 때 줄을 서게 하듯 마구 섞여있는 것보다는 질서 있게 움직여야 인원 파악이 빠르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가는 길 중간중간 가이드만 알고 찾을 수 있는 명소들- 바위틈에서 피카츄처럼 전기를 내뿜는 전기조개, 주변과 같은 색으로 색을 바꿔 바위처럼 보이는 프로그피쉬, 큰 바위 밑에서 자고 있는 작은 상어-을 놓치지 않고 구경하기도 좋다.

세 번째 이유는 부력을 맞추기 위함이다. 부력을 맞춘다는 것은 물에 뜨는 정도를 일행과 비슷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다이버는 구명조끼 혹은 배낭과 비슷한 장치인 'BCD'에 공기를 넣었다 빼면서 부력을 조절한다. 공기를 넣으면 풍선처럼 위로 뜨고, 공기를 빼면 가라앉는 간단한 원리다. 이 도구를 사용해서 물에 떠 있는 높이를 가이드, 그리고 팀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너무 높이 뜨면 수면에 가까워져 지나가는 배에 부딪힐 수 있어 위험하고, 너무 가라앉으면 체내에 질소가 빠르게 쌓이고 공기가 빨리 소모되어 위험할 수 있다. 초보 다이버는 부력조절이 어려워서 혼자서 일행보다 붕 떠버리거나 쑥 가라앉는 일이 흔한데, 일행과 헤어질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질 수도 있어 부력 맞추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가이드 혹은 앞사람과 높이를 맞추려다 보면, 내 높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앞사람 엉덩이를 계속 보게 된다.

발바닥만 보고 가는 것이 쉽냐 하면 처음엔 그것도 참 어렵다. 앞서 언급한 부력 조절이 어렵기도 하지만, 속도 조절과 방향 조절의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우리가 걸어가거나 뛰어간다면 앞사람과 거리도 조절하고 마음대로 서기도 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옆으로 비켜 나가기도 쉽다. 물속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세 살 어린아이처럼 앞으로만 돌진한다. 초보 다이버는 앞서 말한 부력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꾸 발을 차게 되는데, 맨 앞에 있는 가이드는 이것저것 보여주려고 자꾸 멈춰 선다. 그러면 속도를 멈추지 못해 앞사람과 부딪히고 만다. 여러 가지 킥 기술을 배우기 전까지는 물속에서 옆으로 가거나 뒤로 가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므로, 나는 앞으로 돌진하다가 앞사람을 지나쳐서 대열을 이탈하면 제자리고 오기 위해 유턴을 해서 다시 뒤로 오기를 반복하거나, 몰래 앞사람 탱크를 슬며시 잡고 기대곤 했다. 물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어렵다. 물속에서 아무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멈춰있다면, 그는 고수다.

물론 바다에서 팀으로 다이빙을 잘하려면 뒷사람 꼬랑지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미어캣이 되어야 한다. 강사님은 고개를 쉼 없이 움직여서 세 가지를 번갈아 봐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세 가지는 가이드, 버디, 컴퓨터다. 가이드는 팀을 이끌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며 팀의 상태를 체크하고 주의사항을 알려주기도 한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디에 물고기가 있는지, 언제 안전정지를 하고 출수할지를 알려준다. 버디는 서로를 챙기는 단짝 친구다. 만약 팀과는 헤어져도 버디와는 헤어지면 안 된다. 혼자서는 위험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 잘 따라오고 있는지, 컨디션은 괜찮은지 확인한다. 컴퓨터는 내 상태를 알려준다. 너무 높이 올라오거나 가라앉지는 않았는지, 깊은 곳에 너무 오래 있지는 않았는지 체크해준다. 그러면 바다는 언제 봐야 할까? 당연히 자꾸, 틈틈이, 열심히 봐야 한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 그곳에 간 것이니 그 소중한 순간을 스스로 만끽해야 한다. 강사님이 바다를 잘 보라고 굳이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지만, 사실은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한 바다에 빠져들어 아무리 불러도 강사님과 가이드를 쳐다보지 않는 교육생이 허다하다. 볼 건 보더라도 안전과 팀을 위해서 잊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는 가르침이다.

다이빙을 하면서 생긴 넓게 보는 습관이 세상살이에도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때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가다가도,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지, 내 상태는 괜찮은지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쁘더라도 짬을 내어 일상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감탄하며 인생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가이드와 강사님처럼 고수가 되어 여유가 생기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은 저 멀리 희끗한 블루워터 넘어 지나가는 큰 방어를 먼저 발견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저 뒤에 있는 팀원이 일행과 멀어진다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조치한다. 나에게서 소중한 사람들로, 그 주변의 사람들로, 그보다 넓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시선이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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