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의 법칙과 스쿠버다이빙

초보 스쿠버다이버의 일기

by 콩나물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면 가장 먼저 이론수업을 한다. '몸으로 하는 건데 그게 이론이 필요한가?' 싶어도 안전과도 관련이 있고 실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어서 필수 과정이다. 모든 이론과 개론과 그 비슷한 것들은 1장이 역사인 경우가 많다. 기억나는 건, 스쿠버다이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라는 것. 처음에는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비가 현재는 레저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슬픈 일이지만 의학, 공학도 전쟁 때 가장 많이 발전해서 지금은 사람들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면 가장 먼저 이론수업을 한다. '몸으로 하는 건데 그게 이론이 필요한가?' 싶어도 안전과도 관련이 있고 실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어서 필수 과정이다. 스쿠버의 역사와 장비 등을 배우던 중, 뜬금없이 보일의 법칙이 나왔다. 그게 뭐냐면 고등학교 때 매번 앞으로 나가 문제를 풀고 틀리면 효자손으로 때리시던 화학 선생님이 계신데, 그때 팔뚝을 맞으면서 외웠던 거다. 보일 씨와 여기서 이렇게 재회하다니…. PPT 화면의 익숙한 그래프를 보며 교과과정이 영 쓸데없지는 않구나 했다. 보일의 법칙이란 보일이라는 사람이 발견한 것으로,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공식이다.


이걸 왜 배우냐고? 깊은 물속으로 갈수록 수압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수면에서 10m만 내려가도 압력은 2배가 된다. 우리 몸은 하나의 풍선 같기도 한데, 사람의 폐와 혈액 안에 공기가 있다. 법칙에 따르면 압력이 2배가 되면 기체의 부피는 반대로 1/2가 된다. 반대로 수면으로 올라오면 다시 기체의 부피가 커지는데, 이때 혈액 속에 녹은 공기도 커진다. 그런데 속도를 지키지 않고 너무 빨리 올라오면, 기체가 폐로 나오지 못하고 공기방울이 되어 혈관을 막아버린다. 그게 잠수병이다. 잠수병은 드물게 걸리지만 심각한 질환이라 조심해야 한다.


물론 나 같은 초보(오픈워터 과정이라고 한다)는 그러한 사고를 대비하여 10m까지만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 깊이는 비상시 급상승을 해도 잠수병에 걸릴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보일의 법칙은 피해 갈 수 없다. 물속에서 뜨고 가라앉는 게 바로 기체에 달렸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다이빙을 배우는 것은 공기와의 전쟁이었다. 위로 뜨려면 내 몸이라는 풍선을 빵빵하게 부풀리면 된다. 버튼을 눌러 공기 조끼(부력 조정기)에 공기를 채우거나, 숨을 크게 마셔서 폐를 부풀린다. 아래로 내려가고 싶으면 반대로 풍선의 바람을 빼서 부력을 줄이면 된다. 그러다 정확히 물과 내 몸의 무게 맞는 만큼 공기를 넣으면,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가 된다. 이것을 양성도 음성도 아닌 '중성부력'이라고 부른다. 중성부력의 상태를 유지하고 물속에서 원하는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다이버의 실력이라고 한다.


이론은 쉬운데 해보면 이게 참 쉽지가 않다. 한 번은 수영장에서 강사님이 설명하는 동안 내가 혼자 태권브이처럼 위로 슝 날아가버려서 강사님이 내 발목을 잡고 끄집어 내리기도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마주 보고 있던 강사님 얼굴이 발밑에 있어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반대로 엎드린 상태에서 헤엄치다 의도치 않게 잠실수영장 바닥 청소를 하기도 했다. 분명히 똑바로 앞으로 가려고 했는데, 다 오고 보면 주식 차트처럼 우상향 좌상 향 그래프를 신나게 그리고 있다. 보일의 법칙은 얄궂은 면이 있어서 가속도가 붙는다. 한 번 중성부력에서 벗어나 가라앉으면 압력이 커져 공기 부피가 작아지고, 그러면 더 가라앉아 압력이 더 커져서 계속 더 빨리 내려가는 식이다. 올라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조금만 중성부력을 벗어났다 싶으면 얼른 조치를 취해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력 조절만 하다 다이빙이 끝나버릴 수가 있다. 내가 그렇다.


수영장에서 새던 바가지가 바다에서 안 새랴. 바닷물은 수영장 물처럼 얌전하지 않기에 더 심했다. 굴 속에 문어가 있다고 해서 보려고 하면 문어는 가만히 있는데 내가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위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안녕... 잠깐이지만 반가웠어." 나중에는 체념하고 속으로 인사를 한다. 내 실력으로는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없어서 내내 강사님을 잡고 다녀야 했다. 계속해서 부력 조정기의 버튼을 누르는 것도 꽤 스트레스였다. 운전할 때 차가 막히는 것이 피곤한 이유가 반복적으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번갈아서 밟아야 하기 때문인데, 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함께 갔던 다른 분들은 다들 실력자여서 같은 수심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다이빙을 했다. 볼 때는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는데, 얼른 나도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가장 간절해질 때는 내가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 때다. 제주도에서 예쁜 보라색의 산호군락을 본 적 있다. 바닷속에도 숲이 있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본 중 가장 아름다운 숲이었다. 그 유명한 설악산의 단풍도,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도 꼬리를 내릴 듯했다. 조명을 비추면 아주 시고 달 것 같은 사탕과 같은 상큼한 보라색의 산호가 가득 피어있었고 그 사이사이 작은 물고기들이 바쁘게 헤엄쳤다. 누구도 그냥 지나치치 못하는 풍성하고 탐스러운 포도가 그득그득 피어나 있는 포도밭 같기도 했다. 문제는 가까이서 보려다가 산호를 건드릴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이빙을 할 때 환경보호를 위해 산호를 비롯해 생물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한다. 산호는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어서, 무심코 무릎으로 부순 산호가 실은 몇 억년 동안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고. 겨우 주변의 바위나 모래를 잡고 버티곤 했지만 아마 나도 모르게 내 오리발에 쓸린 산호도 있을 것이다. 내가 초보여서, 예쁜 풍경을 망친 것 같아 속상했다.


고민을 강사님에게 털어놓으니 원래 초보는 그런 거라고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계속 중간에서 만나니 괜찮다고. "중간에서 만난다." 그 말이 상당히 위로가 됐다. 신입사원일 때 실수를 거듭하며 직장생활 자체가 싫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스스로를 위로하던 말도 비슷했다. 내가 신입인데 어쩔 거야, 실수할 수도 있지. 조금 돌아가면 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스쿠버다이빙과 오래가기 위해 또다시 자기 합리화의 마법을 부릴 시간이다. 내가 초본데 어쩔 거야. 점점 나아져서, 중간에서 더 많이 만나도록 해보자. 다음에는 문어와 산호와 더 오래 눈 맞춤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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