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나물하다 Mar 03. 2021

온기 3

<콩나물하다>  시즌 1 - 7화




마는 개발팀에서 일한다. 여기서 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나는 마를 잘 모른다.  

가끔 마가 보고 있는 모니터 너머로 스팀이 올라올 때가 있는데, 살짝 엉덩이를 들어 쳐다보면 몸상태와는 다르게 무표정이다.

빨리 수정해서 넘겨줘야 야근을 안 하는데, 뭉게뭉게 퍼져가는 스팀을 보며 한 마디 더 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실 마도 피해자다. 

우유부단한 대표가 결정을 늦게 내리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지. 

마도 참 대단하다. 욕을 한 바가지 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스팀은 내뿜을지언정 표정의 변화는 없다. 

미련한 건지, 사이코인 건지… 마는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야 수정된 버전을 업데이트했고, 나는 목이 부러져라 야근을 해서 겨우 마감을 넘겼다.



다음날 마감 기념으로 마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나는 어색한 식사를 예상하며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갔다. 

역시 형식적인 질문에는 형식적인 답변이 따랐고,  

어색한 우리는 꾸역꾸역 식사에만 집중했다.

‘아, 그… 점심 같이 먹자고 해줘서 고마워요.’ 

마가 말했다. 

마의 몸이 살짝 붉어졌다. 전에 없던 생기가 엿보였다.

그러고 보니 마는 이 곳에서 5년간 일하며 고추씨도 많이 모아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건조한 잿빛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마에게도 생기 넘치는 삶의 기억이 있을까? 문득 마의 행복이 궁금해졌다.

오디오 클립 링크 - 7화 온기 3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글. 고권금, 허선혜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

작가의 이전글 지리산 약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