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억을 떠 올리며 생각난 그곳, 클레르몽 페랑에 있는 Jardin le coq.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Jardin le coq을 찾아보니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1996년 당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공원의 모습은 늘 스산하고 외로워 보였던 곳이었는데, 사진을 통해 보이는 Jardin le coq은 참으로 따뜻해 보인다.
언어연수 당시, 학교에서 기숙사를 오가는 동안 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던 장소였다. 특히 학교에서 조드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둘러가기보다는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는데, 언어연수 초기에는 시내 구경하느라 매일같이 지나쳤던 곳이다.
당시에는 말 그대로 지나치던 곳이라서 그런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말을 하게 되면서 공원에서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쉬어가는 것을 즐기기도 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항상 점심시간 전에 한 할머니가 계셨는데, 바게트 빵 부스러기를 가져와서 연못에 있는 오리에게 나눠줬던 기억이다. 그 할머니는 정말 자그마한 체구를 가지셨던 분이셨고, 내가 처음 공원에서 인사를 나눴던 분이기도 했다. 통성명은 하지 못했다. 주로 만나면 인사를 하고, 뭐하시느냐? 해가 좋다. 식사는 했느냐? 정도의 질문만 오갔다.
하루는 할머니가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다가 말다가 하셨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라고 물었는데,
할머니는 상당히 화를 내는 표정으로 오리를 쳐다보며 말하기를
"자꾸 큰 놈들이 와서 먹으려 해. 지들은 다 컸는데 말이야"
보아하니 큰 오리가 자꾸 달려와서 먹이를 먹으려고 하니, 바게트 부스러기를 작은 오리에게 주기 위해서 망설이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옆에 있던 내가 "워이 워이"하면서 큰 오리를 쫓아내자, 그 사이에 할머니는 작은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고 만족해하셨다. 그제야 할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Merci beaucoup"라 말하고, 어디서 왔냐를 물어보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셨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셨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 있는 나라라고 설명해 주고 가지고 있던 지도를 펼쳐 보여 주었는데, 매우 신기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그 공원을 지날 때 몇 차례 인사를 나누며 지냈었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셨던지 연세가 있으셨는데도 정말 천천히 또박또박, 유치원생이 쓸법한 단어를 골라가며 말씀을 해 주셨다. 어쩌면 프랑스에서 맨 처음 사귄 현지인 친구가 아닐까 싶다.
아래 보이는 인공호수가 바로 그 장소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할머니와 나의 위치는 호수 건너편이다. 왜 그리 기억하냐면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을 등 뒤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오전 해를 받을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직접 다시 가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추억을 되살릴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하다.
정말이지 1996년이 지금과 같이 스마트폰이라도 있었더라면,,,
나의 1996년이 아쉬운 점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디지털카메라도 흔하지 않았었고, 일회용 카메라도 있었지만 유학 온 고학생에게 한 푼이 아까웠던 시기여서 쉽게 사진을 찍지 못했었다. 그나마 현지에서 친하게 지낸 Go SEGAWA라는 친구가 카메라가 있어서 몇 장 찍었을 뿐...
그래서 너무나 아쉽다.
정말 머릿속에 남아 있는 추억이라는 사진만 남아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내가 다시 일을 하여 생활이 좀 더 안정이 된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낯설고 현지인들에게 불편을 줄까 봐서 용기 없던 나는 늘 스쳐 지나다녔던 곳이 이곳 공원이었다.
그리고 말이 좀 통하자 우연히 할머니와 대화를 했던 곳도 이곳 공원이었다.
떠나오기 전에 이곳을 기억에 두지 못하고 한 번이라도 다시 방문하지 못한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기억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스쳐 지나다닐 때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사실 스쳐 지날 수 있었던 그 공원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