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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Oct 22. 2019

자리를 바라는 자의 푸념

태어나 열심히 공부하고, 심지어 유학까지 다녀와서 밥벌이를 하려는 순간부터 "자리를 바라는 자"들은 넘쳐난다. 반면, 정상으로 가까워질수록 자리의 숫자는 적어진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공급은 넘쳐나는 데, 수요는 한정적인 상태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나 자신부터 살필 수 있다. 비록 학위는 받았지만 넘쳐나는 인재형 실직자가 많은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자리를 바라는 자는 자신이 이루어 온 업적과 노력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쉽게 낮추지는 못한다. 반면 자리가 있어서 인재를 선발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인재는 매우 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말 뛰어난 사람은 몇 되지 않지만, 그들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인재는 뭔가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거기서 거기라는 의미가 된다. 사실 요즘 매스미디어에서는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발현된 취업비리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자리가 넉넉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사정이 반대이다 보니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공정성을 보이고자 꽤나 엄격하게 다뤄진다. 


솔직히 지연, 학연, 그리고 혈연이 중요했던 이유가 있었다. 조직은 인간이 구성하고 인간이 움직이는 실체이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요인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만연되면서 고인 물이 썩기 시작하고, 안일함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발전에 저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되어 세대교체에서 조직 내 물갈이, 공명정대한 선정이 필요로 했다. 그래서 힘없고, 흔히 말하는 빽 없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내부적으로 유심히 살펴보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이이거나 사람들을 건너 건너서 서로 알고 있는 경우, 그리고 어떻게든 상호적으로 교류가 있었던 관계라는 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지는 않지만 공명정대하게 접근한 사람들에게는 힘 빠지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실제로도 입사 후 사람들의 일 처리 모습을 통해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일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일하지 않고 자리매김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시간이 갈수록 업무에 대한 불만이 도래하기도 한다. 


얼마 전 모 기관이 개설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뽑는다는 소식에 이력서를 넣은 적이 있었다. 이력서를 넣고 나서 아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괜히 종이만 낭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유인즉, 지난번 총선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대상으로 먼저 보은 인사차 입사시켰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보은 인사 내용을 들어보니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친인척 또는 아는 지인의 자식들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그런 루머나 나돈다는 것이 사실 힘을 빠지게 한다. 오히려 요즘은 빽이 없는 것도 능력이 없는 것이라 느껴질 정도다.  


보은 인사든, 지연이든, 학연이든,,,, 나는 개인적으로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뽑았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소문이 나돈다는 것이 문제라 본다. 적어도 소문이라도 나돌지 않게 만들었다면 적어도 쓸데없는 좌절감은 맛보지 않았을 테니까. 내정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사실상 매우 허망스럽다. 

이런 반론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거짓 뉴스라고...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집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런 소문이 나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또한 경쟁자를 줄이기 위한 혹자의 거짓 뉴스일까? 하지만 매우 밀접한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면 꼭 거짓 뉴스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자리를 바라는 사람들이 넘치고 넘쳐난다. 반드시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조직을 통해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자리에 적어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 자신의 노력보다는 다른 요인으로 자랑스럽게 입사한 사람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그렇다면 나의 실력을 탓하고 동시에 나의 전생과 나의 조상을 탓해야 하는 것인가? 

세상은 최첨단으로 그 흐름을 같이하면서도 인사 문제는 여전히 뒤쳐져 있는 것 같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제발 표 나지 않도록 그리고 소문이 돌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지원했으나 경쟁자가 많아서 떨어졌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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