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초에 이곳 김해로 이사 와서 유치원에 딸아이가 입학하기 전까지 약 3달 동안 딸과 함께 하루 종일 지냈다. 만일 부산에 있었더라면 유치원에서 방학기간 동안 방과 후 과정을 다녔을 텐데 김해로 이사 오면서 3월에 입학기 전까지 꼼짝없이 나는 딸과 함께 해야 했다.
이사를 와서 어질러진 짐을 정리하며, 틈틈이 딸과 함께 김해 인근의 관광장소나 카페를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나름 계획을 세워서 딸아이와 공부도 같이하고, 정말 바쁘게 살았다. 어쩌면 딸아이와 함께 보낸 3달이 딸과 가장 친밀하게 지냈던 시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의 눈에는 아빠가 엄마 대신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3개월의 기간 동안 아빠가 엄마 대신이 아닌 아빠가 자기를 돌보는 직접적인 양육자라고 딸아이는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의 눈에는 아빠와 엄마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육아를 했어도 아이가 엄마에게 대하듯이 절대적이지 않았었다.
어쨌든 덕분에 아빠 말을 우선적으로 잘 듣게 되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전보다 많이 아빠에게 의존을 하다 보니 좀 더 귀찮아진 것이 사실이다. 가끔씩 내 딸은 나를 보고 엄마라고 부를 때가 있다.
2월 중에 아이의 유치원을 알아보기 위해서 참으로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온 시기가 마침 유치원생 모집 기간이 지났던 탓에 병설유치원은 포기했어야 했다. 결국 전처럼 사립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혹여나 하는 마음에 병설유치원을 일일이 문의해서 추가 모집 기간을 알아냈고, 우선순위에 두기 위해서 예약을 했었다.
다행히 두 곳의 병설유치원에서 연락이 왔었고 뜻밖에 나는 유치원을 선택했어야만 했다. 결국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설 유치원에 등록했고 3월부터 딸아이는 열심히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딸은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만나는 유치원생들과 적잖이 트러블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닐 테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항상 긴장했었다. 이전까지 아이 엄마가 했던 일을 내가 해야 했기 때문인데 그동안 아내에게 많이 의존했었다는 점을 나 스스로 알게 되었다.
이사라는 어쩔 수 없는 사건으로 우리 가족은 많은 부분에 걸쳐 변화를 겪었고, 그 속에서 아이도 크고, 우리 부부도 서로 커가는 기회를 가졌다.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는 딸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유치원, 집안, 여행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매 순간순간을 필름처럼 기록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함께 함으로써 느꼈던 배움은 고스란히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모든 가정의 육아가 하나같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특히 170만 명에 달하는 남성 전업주부 중에서 육아 일을 함께하는 남자들에게 이런 일도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