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을 배우기 시작하다.

by 공삼

용접 기사로 가는 길 - 1일차


NCS 기반 과정 평가형 용접기사 자격취득반에 등록했다.

나이 오십네 살. 조금 늦은 걸까?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어느 날 불현듯 찾아왔다. 깊이 고민할 새도 없이, 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왕이면 이 과정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용접 일기를 써보려 한다.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는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을 하다가 가정주부가 되었고, 시민활동을 하며 프리랜서로 일했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도 지냈다. 학위 덕분에 늘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비슷한 선택을 반복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해볼 것은 다 해봤다.
그렇다면 지금, 전혀 다른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특히 온라인 홍보, 마케팅, 그리고 SDGs와 ESG 교육 컨설팅 같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전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늘 벽을 마주해야 했다. 프리랜서로 혼자 일한다는 것도 한계였다. 세상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아무리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췄다고 해도, 전공이 아니거나 관련 조직에 속하지 않았다면 신뢰를 얻기는 어려웠다. 나는 늘 그 경계선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선택했다. 기존의 일은 이어가면서도, 실질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일을 배우기로.


새로운 마음 가짐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첫 시선은 '걱정'이었다.

첫 출석 날, 담임 선생님이 걱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아마 경험이 전무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걸어온 길, 살아온 배경을 알고 난 후의 걱정이 더 컸던 듯하다. 나 역시 알고 있다. 세상은 사람을 볼 때, 그의 과거를 함께 본다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봤더라도 같은 생각을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걱정이 위로처럼 들렸다.

내가 등록한 과정은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용접기사 자격취득반이다. 검정반이 아니라서 일정 기간의 80% 이상 출석해야 시험을 볼 수 있다. 그런데 NCS 기반 과정이라서 총 32개 과정마다 지켜야 할 이수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결석을 하게 될 경우, 자칫 수료를 못하게 될 수 있다.

전체로 봤을 때는 괜찮아 보이지만 각 이수 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100% 출석이 요구되는 셈이다. 결국 기존에 해오던 낮에 했던 일들을 대부분 접어야 한다. 그나마 한 달에 한 번 공가를 쓸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8시간이 마치 멈춰버린 듯 느껴졌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기대감 때문일까. 오랜만에 50분 수업, 10분 휴식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패턴 속에 몸을 맡기니 어쩐지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시간을 자연스럽게 적응해야겠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잘 선택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중간에 내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기능사 자격시험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실습량이 워낙 많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기능사 시험에 합격하고, 과정을 잘 수료해서 기사 시험까지 통과한다면, 나는 두 개의 자격증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이 길이, 이제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가족이다.

7년 동안 가정주부로 지내며 가족의 돌봄을 책임졌는데, 이제는 아이가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겨도 바로 달려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공가를 현명하게 사용해야겠지.


경전철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오늘 하루가 나를 조금 바꿔놓은 것 같다.

8시간이 길고 낯설었지만, 그 낯섦이 싫지 않다.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망설일 때가 아니다. 확신보다 발을 먼저 내디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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