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전문가

by 공삼

현장 일용직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특징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물론 꾸준히 출근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장비를 운영하거나, 장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전문 기술자들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현장의 대부분은 보통인부로 분류된다.


보통인부들은 신호수 역할을 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는다.

위험 구역을 표시하기 위해 말뚝을 박고 안전표지를 설치하기도 하고,
물이 고인 곳에는 양수기를 설치한다.
때로는 조공처럼 다른 사람의 일을 돕기도 한다.

생각보다 토목 현장은 손이 많이 가는 곳이다. 그래서 일은 늘 넘쳐난다.


그런데 보통인부들은 의외로 자주 바뀐다.
토류판 작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내 옆을 거쳐 간 인력만 여섯 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 대부분이 나보다 현장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다.

손이 빠르고,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일 처리도 능숙하다.
솔직히 말해, 실력만 놓고 보면 내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토류판 작업은 내가 맡아서 진행하게 된다.

힘들게 일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걸까.
몇몇은 토류판 작업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이 내 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이 받는 일당에 비해 일이 너무 고되기 때문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보통인부는 어디까지나 단순 작업을 하는 사람이지, 전문 기술을 가진 기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용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하나쯤은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다.

ChatGPT Image 2026년 4월 18일 오후 11_08_00.png

누군가는 신호수에 능하고,
누군가는 양수기 설치에 익숙하며,
또 누군가는 토류판 작업의 흐름을 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자신은 이 일을 잘 안다고. 다만, 직접 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현장은 늘 묘하다.

모두가 전문가처럼 말하지만, 정작 그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따로 있다.

어쩌면 이곳에서는 ‘잘 아는 사람’보다 ‘그냥 하는 사람’이 더 드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할 때 일과 남이 할 때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