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때 일과 남이 할 때 일

by 공삼

야구 운동장에 가면 타자가 실수라도 하면 극성 팬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내가 해도 너 보다 낮겠다"라든지

"프로가 동네 야구하냐"라든지...


사실 이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는 야구장이나 스포츠 관련 관람을 하지 않는다.


훈수를 두는 사람은 늘 머리 속에서 쉽게 그리다보니 손쉬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직접 해보라 권하면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왜 그리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비하적인 말들을 할까?


지금 내가 일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쉽게 남들에게 잘못이라 말하고, 자신이 하는 것에는 만 가지 이유를 달고 다닌다.

특히 기공이 아닌 조공입장에서 기공이 하는 일을 할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토류판 작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나보다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 소리씩 들었다.

그 한 소리 한 소리가 매우 중요한 정보지만, 문제는 각기 다른 소리라는 점이다. 심지어 결과적으로 같은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며 서로가 충돌하는 게 일상이기도 하다.


토류판은 H형강 사이로 토류목을 넣어서 흙을 채우는 작업인데, 마지막 구간에 있는 H형강에 굳은 시멘트로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래서 포크레인 기사분보고 제거해 달라고 했더니 각도가 나지 않아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대뜸한다는 말이... H형강 뒤쪽으로 토류목을 설치하라는 소리를 했다.

그대로 작업을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반장에게 물어 보았더니, 대충해도 된다는 소리를 장시간 연설로 피력했다.

때마침 이 일을 지시한 반장은 다른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시간도 얼마남지 않아 그냥 다른 사람들 말대로 진행하려 했었다. 덩달아 포크레인 기사분이 자기가 경험이 많아서 잘 알고 있으니 그냥 해도 된다는 말을 강조했었다.


그래도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작업을 일단 중단시켰다.

작업을 중단 시켰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들의 말이 맞다면 미안하다며 사과하면 될 것이고, 만일 그들이 틀리다면 지금 이 작업 중단이 매우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 생각했다.

일이 잘못되어 생겨나는 기회비용보다 여러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게 나에게는 저비용이기 때문이다.


직영반장과 용접 반장을 불러 확인을 시켰는데, 무조건 시멘트를 제거하고 다른 토류판과 비슷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작업 중단이 올바른 판단이었다.

자칫 포크레인 기사분 말을 들었다간 두 번 일을 하게 될 뻔한 사건이었다.


결국엔 포크레인 기사분은 다른 반장들의 주장대로 시멘트를 제거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작업이 끝났다. 과연 무슨 근거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일까? 라는 의구심도 잠시 들었다.

어쨌든 그 사건이 있은 뒤로는 포크레인 기사분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더 이상 지나친 훈수를 두지 않는다.

물론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이 되면 또 다시 훈수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거슬리는 말...

토류목을 잘라서 이동해서 쌓아가는 일에 드는 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은 먼 발치에서 그저 바라보며 이리 말한다.


좀 더 속도를 낼 수 없나? 라고.


그들에게 이리 말하고 싶다.


직접 해 보시죠.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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