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by 공선호

그럴 때가 가끔 있었지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쳐서 피곤하다고 느낄 때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면 꼭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

그럴 때가 가끔 있었지


궁금했던 일 중에 하나였어

'왜 잠에 들지 못하는 걸까?'

그땐 뭐가 문제인지 몰랐지


그런데 요즘 들어서 새삼 알꺼같더라고


왜 가끔 잠에 못 드는 날이 있었는지

지금도 왜 잠에 못 들어서 이러고 있는지

그리고 왜 며칠째 변함없이 잠에 들지 못하는지


기대감에 가득 차 잠들기 시작하는 날보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고민들이 내 눈앞에

우주처럼 눈부시게 빛나서 잠에 못 드는 날이 많아진 거지


내일은 새로운 장면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 것 같았는데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니까 점점 실망하는 거지

내일에는 뭐가 있을까라는 기대감보단 똑같을 거라는 실망감이 가득해진 거지


사람이 잠을 자면 꿈을 꾸잖아.

그런데 매번 다른 장면들로 나를 설레게 했던 꿈마저도

어느 순간엔가 똑같은 장소에 나를 대려다 놓더라

'어때? 이것마저 똑같이 만들어봤어.' 하고 약 올리듯이


똑같은, 똑같은, 똑같은, 똑같은, 똑같은, 변함없이 똑같은 일상, 똑같은, 똑같은


그게 조금 무섭나 봐.


그리고 남들과 다르게 더 노력한다고 해도 똑같을 수 있잖아.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건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거짓말이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그게 조금 무섭나 봐.

내가 나 자신을 보고 실망할까 봐.


그렇다고 내가 노력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보일까 봐

실패했을 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변명처럼 보일까 봐

그게 조금 무섭나 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할까 봐.


지금과 똑같은 일상에서 내가 도망친다면 달라질까?

도망치지 못하고 변화를 주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

나이가 들어서도 나는 지금과 똑같은 사람이 되겠지?


그게 조금 무섭나 봐.

도망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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