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공선호

집 밖을 나설 때면 고개를 돌려 거울을 한번 들여다본다.

옷에 구김이 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보다 삐뚤하게 쓴 모자는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다.


거울 속에는 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기르는 한 남자가 보인다.

지금의 내 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 거울이 얼마 전부터 예전의 내 모습을 흐릿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옷부터 신발까지 파란색으로만 고집하던 아이가 보이고

크게 맞춘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며 등교를 하는 중학생도 보인다.

한때 유행하던 패딩과 자신의 몸에 딱 맞게 수선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도 보이고

후드와 모자를 쓰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체 강의실로 향하는 대학생도 보인다.

군입대를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짧은 머리의 남자도 보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역모와 군복을 벗고 있는 남자도 보인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이리저리 방랑하는듯한 얼굴의 대학생이 보이다가

밤새 글을 쓰다 지쳐 잠에 들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남자도 보인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도 이 작은 전신 거울 속에 보인다.


거울 속에 보인 수많은 내 모습들이 낯설지는 않지만 모두 다른 색깔의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의 수많은 색깔이 섞여 지금의 내 색깔이 만들어진 것 같지만

그때의 내 모습이 거울 속에서 조금씩 흐릿하게 비치는 걸 보니 그립기는 한가보다.


그때로부터 난 멀어진 걸까.

멀어졌기에 다시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걸까.


그때로부터 난 달라진 걸까.

달라졌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걸까.


그때로부터 난 변해버린 걸까.

변해버렸기에 더 이상 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긴 걸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기 위해 거울을 쳐다봤지만

거울이 보여주는 내 모습은 이미 어른으로 보인다.

어른이라는 이름표가 주는 무게감을 견디기엔 난 아직 덜 자란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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