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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r 23. 2020

내 멋대로 산다.

제 기준은요.

제 기준은요...

20대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 차를 바꿨다. "가격은 천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나름의 기준이 있었으므로 새 차를 사지는 않았다.


새 차가 아니어도 깨끗하게 관리된 차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굳이 많은 돈을 빌려서 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미군부대에 흔한 외제차를 볼 때면 "나도 한번 외제차를 사볼까?"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 업무용 차량이 포드 (Ford)인지라 굳이 외제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대리만족은 가능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꽤 자아가 강한 편이다. 내 마음대로 세상을 해석하며 살았다. 처음 송탄에 왔을 때도 주변 텃세가 심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말을 걸어주지 않는 게 영어에 올인하기에 좋다며...


물건을 고를 때도 내 기준은 명확한 편이다. 나에게 티셔츠는 절대로 3만 원을 넘으면 되는 물건이고, 필요한 거래는 대체로 중고마켓을 이용하며, 아무리 좋은 것도 나에게 맞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분양했던 결단력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버리고 정리할 것들이 많다. 가능하면 하루에 하나씩 버리고 싶은데 이런저런 활동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기념할 일이나 물건들이 쌓여가고 있다.


하나씩 정리해 보자.

물건 정리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쓸데없는 생각과 걱정거리도 하나씩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또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그 타이틀에 나를 가두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버리는 기준간단하게, 판단은 냉정하게, 행동은 빠르게"란 모토를 스스로에게 내걸고 인간관계도 정리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기 싫다고도 말해야겠다.


얼마 전에는 나중에 보려고 모아 두었던 책들을 모두 부대 내 한국 공군에 기증했다. 덕분에 책장이 여유가 생기고 마음도 왠지 너그러워진다.


한결 깔끔해진 책장. 아직도 미련이 담긴 책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명함을 버리는 날. 명함 저장 앱을 설치해 종이명함을 모조리 저장한 뒤 몇백 장이나 되는 것을 아낌없이 버렸다. 덕분에 서랍이 깔끔해졌다.


명함이 사라진 서랍. 나름 깨끗하다.


그다음으로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과 상관없는 것이나 사람을 찾아내 정리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그런데 사실 이게 고난도의 작업이다. 잘못하면 사달이 날 수도 있다. 정리를 하려다가 오히려 내가 정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결국 이 부분에서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무리 내 멋에 산다고 하지만, 신의라든지, 사랑, 우정, 배려 등 따져봐야 할 소중한 가치들도 존재한다. 버리고 정리하는 삶에도 분명 책임은 따르기에, 내멋과 책임 있는 삶의 중간쯤에서 세밀한 조정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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