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으로 通하다] 미국 소방검사 매뉴얼
안전을 디자인하다.
소방검사란 화재 및 인명안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소방대상물과 관련 서류 등을 점검하는 작업으로 잠재적 위해요소를 비롯해 현재 존재하고 있는 위험요인을 발견해서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인 법집행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방검사는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빈도로 진행할 수 있는데 정규 검사, 불꽃놀이 및 용접작업 등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대한 허가증 발급을 위한 현장검사, 민원 또는 요청에 따른 특별검사, 준공검사, 건물 용도변경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소방검사는 통상적으로 1명 또는 2명 이상의 소방검열관이 진행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관할구역 내 건축과 또는 연방정부, 주정부 등의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점검을 진행할 수도 있다.
소방검사를 시작하기 전 해당 대상물에 대한 서류 검토가 중요하다. 기존에 어떤 문제점과 지적사항들이 있었는지 과거의 히스토리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 수립이 용이하다.
한편 하루에 몇 개의 소방대상물을 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건물의 용도와 크기에 따라 하루에 1개 또는 그 이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검사 건수는 대체로 3개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검사해야 하는 건수가 많을수록 소방검사의 품질은 반비례해서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검열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업무량이 가중된다면 소방검사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일종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오류에 빠지기 쉽고 위험요소에 대한 저평가나 의도적 생략의 개연성도 존재한다.
세상에 완벽한 건물은 없다. 아무리 잘 지어진 건물이라고 해도 소방법과 기준을 가지고 깊게 파고들자면 지적사항이 없는 건물은 존재하기 어렵다.
화재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업무량 배정과 소방검열관이 스스로 업무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소방대상물에 대한 사전조사가 끝나면 관계자와 연락을 하고 소방검사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정한다. 이때 관계인에게 건물 전체를 점검할 수 있도록 반드시 마스터 키를 지참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간혹 의도적으로 접근 권한이 없다거나 열쇠가 없다며 검사의 완전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에는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대략 20분 내지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소방대상물 주변 여건을 살펴보고 미리 스케치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이때 소방차 진입로, 소화전 상태, 건물의 용도와 규모, 건축 연도, 해당 시설물 중에서 특별히 화재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어딘지, 만약 화재가 발생한다면 관계인들의 대피장소로는 어디가 적당한지 등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관계인에게 보다 의미 있는 소방검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대상물에 대한 전반적인 스케치가 끝나면 관계인을 만날 차례다. 이때 소방검열관으로서 품위와 권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된 유니폼을 착용하는 것은 필수며 신분증을 제시하고 소방검사의 목적과 주요 체크 항목에 대해 브리핑한다. 이때 관계인에게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알려준다면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소방검사를 시작하기 전 관계인에게 증축이나 내부공사 등 소방과 관련한 특이사항이 있었는지를 미리 확인하면 검사 당일 소방검사의 포커스를 맞추는데 훨씬 유용하다.
소방검사 패턴은 소방검열관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시스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건물 내부의 가장 높은 층에서부터 낮은 층 순으로 소방검사를 진행하고 한 층을 검사할 때에도 좌측 또는 우측방향으로 일관되게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사안들은 지적사항 및 발견 장소 (예를 들면 방 번호, 사무실 이름 등)를 꼼꼼하게 메모해 두어야 한다. 이 내용들은 검사를 마치고 관계인에게 최종 브리핑을 할 때에도 유용하지만 향후 소방검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때 도움이 된다. 여러 건물을 검사하다 보면 기억에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최대한 꼼꼼하고 명확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보일러실, 기계실, 전기실까지 확인이 끝나면 건물 외부로 이동해서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옥외소화전, 옥외 피난계단, 위험물 저장소, 소방차 진입로, 소화기, 각종 소방 관련 표지판 등을 검사한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관계인 사무실에서 소방검사 전반에 대한 결과를 브리핑한다. 브리핑을 할 때에는 부정적인 내용보다는 적극적인 협조와 시간을 할애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전달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인 언급으로 시작하면 좋다. 그리고는 현재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과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시정조치를 위해 소방서에서 대략 어느 정도의 기간을 제시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도 알려준다.
이렇게 브리핑이 끝나면 소방서로 들어와 관련 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때 너무 급하게 보고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면 오탈자는 물론이고 잘못된 규정이나 오래된 규정을 적용하는 등 실수가 생길 수 있으므로 현장에서 세심하게 메모를 했다는 전제하에 보고서 작성은 검사를 마친 다음 날 이후로 차분하게 하는 것을 권장한다.
작성된 보고서는 한 번 더 검토한 뒤 상급자의 서명을 받아 관계인에게 발송한다. 통상적으로 'Fire Prevention Visit Report(시정보완명령서)'는 별도의 장부에 기록해서 마감기한이 지나지 않도록 추적 관리하고 시정조치 결과가 회신되었다면 관할 소방서의 방침에 따라 후속 점검(Follow-Up Inspection)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만약 서류상 기재된 마감기한이 넘었는데도 시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률 검토를 통해 기소 등 법적 조치로 넘어가면 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일련의 소방검사 과정에서는 관계자에 대한 화재예방 교육, 소방홍보, 법집행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소방검열관의 균형 잡힌 자세가 요구된다. 지나친 친절도, 지나친 엄격함도 지양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는 관계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해서 규정을 지키는 일이 왜 모두에게 유익한 일인지를 설명해야 하지만 만약 의도적인 혹은 심각한 위반행위가 있을 때에는 엄격하고 단호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때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과 언쟁을 벌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가급적 안전 담당자 또는 회사 대표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좋다.
화재예방은 화재진압에 비해 투입되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대단히 저렴할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도 안전하다. 화재대응보다는 화재예방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