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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May 07. 2020

공부는 학생이, 환경은 부모가

개인적으로, 공부는 생물적 유전이 5푼, 환경적 유전이 9할, 변수가 5푼이라 생각한다.


생물적 유전은 어쩔 수 없으니 패스하더라도, 환경적 유전은 완벽한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의 일거수 일투족이 자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기사를 봐도 자식을 망친 부모 이야기로 눈살찌뿌리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흔한 일이다.


즉, 자녀에게는 부모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시키는 것' 이 온전한 역할이 아닌데, 이를 착각하시는 부모님들이 심각하게 많다. 부모의 역할은 하기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지지기반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대학이나 직업 같은 껍데기에 갇힌 쭉정이가 아니라 진짜로 성장하게 될 것이며,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완성형 인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그걸 증명할 아이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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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하나 있다.


6개월 전, 전화로 어머님과 상담했을 때는 사교육을 한 번도 시켜본 적 없다며,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중간고사나 내신성적이 메겨지는 시험을 치를테니 아들이 겪을 어려움을 해소해주셨으면 좋겠다고만 하셨었다. 그리고 1주일 후, 이 학생 집에 처음 갔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골로 한참 들어갔다. 컴컴한 밤에 시골집에 방문하려니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었지만 이내 도착했다.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맞이해주시던 집은 화목했다. 아니, 아주 화목했다.


보통 어머님 혼자 상담을 받으시면서 고민하시는데, 어머님 아버님께서 모두 시간을 내셔서 자리하셨다. 그리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는 것과 서로 대화를 하고 논의를 하시는 것을 보니 평소에도 모든 결정을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하셨던 느낌이 확 났다. 자녀 교육이나 생활에 대해 질문과 교정을 요청 하셨는데 솔직히 내가 말씀드릴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이미 만점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부모님 두 분께서는 충분히 화낼만한 상황에도 절대 화내지 않고 대화로 해결하려 하셨다며, 언제든 이 학생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토론했다셨다.


이러한 양육, 훈육방식은 보통의 부모들이 본인들만의 경험으로 억압과 통제로 두려움을 심는 것을 대신해 안정감을 심은 셈이 됐고, 안정감이 가득 자리하고 남는 자리는 뭐든 심을 수 있는 비옥한 땅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이 학생에게는 흔히들 생기는 불안감, 저항감, 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즉, 정서적으로 아주 안정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다음의 그 어떤 욕구라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발현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말씀대로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던지라 처음 테스트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공감능력이나 언어 능력은 꽤나 좋은 편이었지만 학문적으로 배워야 성장할 수 있는 수학, 영어 등의 지식들은 초등학교 과정 이후로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한 두 번 수업하면서 재미를 붙였다. 공부가 무섭고 어려운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조금씩 난이도와 분량을 늘렸는데 예상대로 금새 본인의 학년 과정까지 모두 끝내더니 어느새 선행을 시작할만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선행을 절대 반대한다.) 그리고는 이제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고, 내게 그걸 이루는데 도움을 달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은 서울대 수의예과를 가겠다고, 전국 1등을 할 거라며.



그리고 오늘, 

지난 4월에 치러진 고3 국어 모의고사를 치렀는데 100점 만점에 91점을 확보하여 1등급을 획득했다.
고3, N수생도 힘든 1등급을 그간 사교육을 받아 본 적 없는 (아 이제 받아본) 중2가 받아냈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만 

환경은 자녀가 날 때부터 부모가 하나씩 만들어 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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