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생이 전국 1등을 했다.>
뻥이다.
뭐, 그래도 전 과목에서 단 두 문제를 틀렸으니 전국 최상위권은 맞겠지. 작년 11월부터 가르치던 학생이 이번 9월 모의고사에서 2문제를 틀려 전교 1등을 했다.
사실 이 학생을 맡으면서 받은 나의 임무는 '국어 성적 향상'이었다.
"학생의 이모가 교사인데 아무리봐도 얘는 국어 성적은 올리기 힘들거라고 들었다" 시면서 올리실 수 있겠냐고 여쭙던게 작년 11월의 일. 그때 국어 성적은 5등급에 근접했으니 그럴만도했겠다. 뻔히 텍스트로 쓰여진 것도 못 보고 넘어가곤 했고, 봤음에도 지나치게 파고들어 지문이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투영하느라 '과역' 하는 일이 잦았다. 나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 하지 않는게 아니라면 무조건 올릴 수 있다.
아이러니한게, 분명히 국어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이었지만 정작 진행한 건 거의 심리상담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시간 주변에 '기대하는 어른'들만 있는 가정환경이나, 약간은 재수없는 개인 성향 때문에 반정도는 은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 이 학생의 성적 부진은 단순하지 않았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하나씩 고쳐나가야 했다. 부모님에게 상황이 이러니 주변 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고, 부족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기 위해 여러 영화를 보고 인물에 공감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소 강한 편향적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 항상 '근거' '논리' '팩트' 를 생각하도록 했으며, 논리를 펼칠 때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를 끊임없이 묻고 토론하며 잘못된 상식과 논리 사슬을 교정했다.
결국 국어는 조금씩 문제가 해결됐고 국어가 해결되니 나머지 과목은 자연스레 해결됐다. 그리고 지난 4월 국어 만점을 받아내더니 이번 모의고사에서는 전 과목에서 6점을 깎이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자만하지 않도록 잡는 것 또한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