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입장에서 본 쇼미9 결승
머쉬베놈의 패인
작년 즈음 머쉬베놈이라는 래퍼를 알게됐다. 특이한 플로우와 재미있는 가사는 상당히 유니크했기에 주목할만했다.
아니나다를까 쇼미9에 출사표를 던진 첫 순간부터 유력한 우승후보였으며 매 라운드를 거듭할 때마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적어도 결승 전까지는 그랬다.
물론 결승 시점에 릴보이와 VMC 간 이슈가 불거져 동정여론이 생기는 바람에 조금 불리해지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결승 무대인대도 기존 무대보다 약했다는 점이 크게 두드러졌다. (물론 전적으로 개인 의견이다.)
2배 차이 패배가 결정된 후 나는, 일종의 직업병 처럼 습관적으로 결승무대의 퀄리티가 아쉬웠던, 결국 머쉬베놈이 패배했던 내부적 요소가 뭘지를 생각해봤다. 표면적으로는 가사 재탕이 직접적인 요소로 보인다.
"머쉬베놈 멋이벤놈 진정란 머슴애로"
이 벌스를 각기 다른 곡에서 3번은 들은 것 같다.
"성공과 실패 중 택1"
이라는 벌스도 VVS에서 미란이가 이미 했었고.
심지어 두둥등장은 비트, 퍼포먼스 까지도 이미 롤챔스에서 한 번 보여줬던 무대였다.
이미 여러 번 했던 것들을 결승무대에 또 들고 나왔다는 건데, 신선함이 큰 무기인 경연에서 '재탕'한 것은 분명 큰 마이너스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면 왜 가사를 이렇게나 재탕했을까. 아니 할 수밖에 없었을까. 지금부터는 100% 뇌피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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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쉬베놈은 퍼포먼스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어찌보면 본질적인 랩보다 무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번 쇼미9에서도 랩실력보다는 '미란이를 괄목 성장시킨'다거나, '2:3으로 불리한 게임을 퍼포먼스로 압살한' 다거나, 그루비룸의 첨언처럼 '머쉬 무대는 실망시킨적이 없'다는 등 프로듀싱 쪽 능력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물론 랩을 잘 해서도 있겠지만.
하지만 결국 뛰어난 것일 뿐, 신이 아니다.
몸은 하나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을테고 세미파이널 쯤에서는 소재가 고갈됐을 수 있다. 그런데 성격상 퍼포먼스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했던 걸 다시하는 방식을 채택했겠고 벌스도 재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다른 래퍼들처럼 '의무적으로 도와주는' 그러니까 소속사가 있었다면 분업을 통한 퀄리티 향상을 도모 할 수 있었을 것이기에, 결국 '머쉬베놈은 소속사가 없었던게 패인' 이라는 관점에 도달한다. 소속사가 없으니 퍼포먼스던 벌스던 완전히 혼자 해결해야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불리했을 것이다. (마스크맨들이 도와줬겠지만 회사만큼은 아니지 않을까..?) 분업, 강점 강화&약점 완화를 하지 못한 점이 직접적인 패인이 아닐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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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개인 역량은 매우 뛰어났지만 다소 아쉬웠다. 프로는 어떤 상황에도 핑계가 없어야 한다. 혼자 할 수 없다면 다른 고수의 손을 빌리는 한이 있더라도.
릴보이의 우승을, 머쉬베놈의 준우승을 축하하며 더 큰 성공의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