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Apr 14. 2021

실체가 없는 전문가들에 대하여

키보드 제갈공명들


나조차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창업인데 창업멘토가 되어달라는 기관들의 너무나도 현명한 제안에 기가 찬다. 나는 적어도 아직은 그럴 자격이 없다.

창업해 본 적 없는 창업멘토가, 해본 적 없는 사업의 심사위원이 되어, 현업에서 뛰는 CEO에게 감놔라 배놔라 하며 점수를 매기는 아주 멋진 광경을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멘토를 자처하거나 실체없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말만 번지르르 늘어놓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머지않아 키보드 제갈공명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방구석 여포라는 말과 톤이 비슷한데, 청산유수로 잘 떠들지만 막상 필드로 나가면 듣던 것 보다 훨씬 부족한 경우를 일컫겠지.

뭐, 말을 잘 하거나 포장을 하는 것은 당연히 엄청난 능력이다. 다만 말'만' 잘 한다거나 포장'만' 잘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말만 잘 하면 얼마 전 서울시장에 낙선한 모씨 처럼 허무맹랑한 주제로 강연업을 하면 될 일이고, 포장만 잘 하면 MD관련 직군에나 갈 일인데, 실무 전문가라고 하는건 부끄럽지 않은지 궁금하다.

실무야 말로 실력이며, 실력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어마무시하게 많다.

1. 실력은 경험'도' 필요한 것이지 경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망해본 경험은 성장에 큰 원동력이지만 복기하고 반성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그 실패 그 자체로 끝이다.

2. 실력은 그 분야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정점에 준해야만 비로소 나오는 인사이트에서 겨우 '출발'한다. 그게 고작 시작일 뿐이다.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당연히 다르지만 5등급이 1등급을 만드는 방법을 알까?

3. 실력을 얻으려면 긴 단련의 시간은 당연하고 실전감각도 필요하다. 10년을 공부해도 한 달만 방구석에 박혀있으면 감 잃는다. (물론 그 정도 내공이면 감이야 금방 복구하겠지만)

4. 아는 것 다르고 가르치는 것 다르고 체계화 하는 것도 다르다. 체계화는 창조에 준하며, 창조해 낼 수 없으면 진짜 실력이 아니다.

그러니 그냥 마냥 오래했다고 잘 하게 되는게 아니며 경험치만으로는 절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전문가라고 나불대려면 최소한 편할 생각은 하면 안 된다. 계속 담궈질 각오 정도는 해야지. 최선만 있을 뿐 최고는 없다는 거 정도는 알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컨설턴트 입장에서 본 쇼미9 결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