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나락에 빠졌던 나를 건져내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줬던건 다른 뭔가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공부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뭘 잘하고 뭘 못하는가'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되었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활동명으로 사용하는 '전국 꼴찌' 시절부터, 내가 아닌 다른 뭔가에 대한 공부가 의미 없었던 까닭은 전적으로 나를 몰라서였다. 그 시절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문제만 풀었는데, 내 바닥이 어딘지, 내 상황이 어떤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남들의 행동을 흉내내기에 급했다. 바닥을 모르는데 채워는 건 당연히 안 될 소린데도 헛물을 많이도 켰고 당연히 그 시간은 열매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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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LOL이라는 게임에서 실력은 피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지만 나는 피지컬은 거들 뿐 상황판단 능력이 실력의 9할은 차지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상대보다 더 강한지 약한지, 언제 어떤 상황이 충족되면 내가 더 강해지는지, 싸워 이기는게 이득인지 이길 수 있어도 안 싸우는게 이득인지 등,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이 확실하면 돌발상황 자체를 피해갈 수 있으니 그에 대처하는 피지컬 능력을 거진 상쇄시킬 수 있다. (물론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판단은 내가 플레이 중인 챔피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가 기본이 된다. 나를 모르고는 다른 챔피언을 알아도 소용이 없고, 알아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끊임없이 실수하게 되고 소탐대실 하다가 판 자체를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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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시험만 치면 'x인 상황인데 내가 y한다면 z라는 결과가 나올까요?' 라고 묻는 일명 'xyz 살인마' 들이 우루루 출현한다. 원래 이런 학생들은 아직 무지몽매의 상태라고 그저 눈감아 주고 답장조차 안 했지만 최근에 최선의 답변을 찾았다.
"지난 1주일 간 순수 공부시간은 어떻게 되지?"
여기에 하는 답변이 바로 당신 그 자체고 당신의 미래다. 보편적으로 xyz 살인마들은 1주일 평균 14시간이 채 넘지 않았다. 하루 2시간도 제대로 안 하면서 100시간을 채우면 어떻게 될 지 가능성을 묻고 자빠졌다. 그러면서 어제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열심히 할 계획이니 미래를 알려달라고 하는데, 그건 미래가 아니라 망상이다. 착각과 세뇌에서 벗어나라. 이미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꿰뚫어 결코 100시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답이 나왔는데 아니라고 우기는 건 소용이 없다. 우기려면 과정을 바꿔야지 왜 도출 될 결과를 부정하려 하나.
물론 과정을 바꾸는 것은 지옥에 준한다. 외력을 쏟아부어야 관성이 바뀌는데 오래된 습관일수록 관성도 커서 이미 십 몇 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면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많지 않은 이유기도 하고. 다만, 인정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바꿀 수 없다면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포기 할 줄은 알아야 한다. 공부는 개 뿔 안하면서 서울대에 가겠다거나 검사가 되겠다는 망상은 그저 들어주는 것 조차 힘들 뿐더러 불효와 불행의 씨앗이 된다. 그것보다 스스로를 빨리 알아차리고 기술 배우러 가는게 훨씬 나은데 끝까지 망상하며 안 될 고집부리다가 시간이 흐르면 결과는 없고 여전히 스스로를 모르는 눈 뜬 장님이 되어 그때는 동네 한량밖에 할 게 없어진다.
이처럼 스스로를 모르는 것은 만악의 근원이 된다. 시간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니 하루라도 빨리 성찰을 하라. 손흥민이 피씨방 알바하는 소리 하지말라는 말이다. 연습하지 않는다면 절대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