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사를 했다.
조금 더 큰 그리고 조금 더 중심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바튼 예산으로 적잖은 무리를 한 탓인지 내부 상태는 말이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내부 수리를 셀프로 해야 했다. 이 글은 페인트질을 하며 든 생각이다.
낡은 옥색 문 네 개가 미관을 헤쳐 페인트칠을 해야 했다. 간단히 페인트만 칠하는 쉬운 작업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과정이 복잡했다.
우선, 페인트 칠 할 부분을 남기고 비닐로 두른 다음, 페인트 칠 할 부분을 사포로 긁어 마찰력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부분에 젯소라는 기초 도료를 발라 밑작업을 해놓는다. 페인트칠을 이러한 기초작업이 끝난 다음 해야 한다. 그래야 발림성이 좋다 (고들 한다.)
칠해야 하는 문은 총 네 개. 하나씩 비닐을 두르고 사포로 긁어냈는데, 고작 두 개째에서 벌써 팔이 아프고 땀이 났다. 문 두 개는 거의 완벽하게 사포로 긁고 젯소도 꼼꼼히 발랐지만 도저히 하기가 싫었다. 그리고는 사포질이나 젯소 밑작업 따위, 페인트칠로 두 세 번 더 덧대면 충분할거라고 생각하고 세 개째 부터 사포질은 뛰어넘고 젯소작업은 대충했다.
휘뚜루 마뚜루 건너뛰고 페인트 칠을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두 개의 문은 거의 완벽한 새 것으로 탈바꿈했다. 딱 한 번 칠했을 뿐인데 얼룩덜룩한 부분도 거의 없었고 수월하게 발라졌다. 문제는 세 번째 문 부터였다.
마치 다른 재료인 것 처럼 발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 했던 바는 아니었다. 두 번 이상 덧칠할 각오를 했으니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했다. 웬걸, 두 세번이면 끝날 줄 알았던 덧칠 작업이 네 번을 넘어가는데도 얼룩진 부분은 좀처럼 칠해지지가 않았다. '대충' '무마하려고' 했던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후회했다.
아, 기초작업을 경시한 대가구나.
그리 강조하던 기초작업을 내가 경시했구나..
갈 길은 멀고 바람은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