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by 박꿀꿀

"요즘 할머니가 동화를 쓰시는데, 그게 아주 웃겨."

하루는 엄마가 말했다. 할머니가 동화를 쓰신다고?


우리 할머니 유진숙 여사는 올해 만86세시다. 산악회 5개의 회원으로 지리산부터 백두산까지 안가본 산이 없고, 유럽부터 동남아까지 여행을 안가본 나라가 없다. 지금도 노인정 총무를 맡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실 만큼 여전히 건강하신 분.


할머니의 주특기가 있다면 식사를 하다말고 숟가락을 탁!소리나게 내려놓으시며 시작하는 인생강의.

사람이 말이여, 그러면 안되는거여!


이렇게 시작되는 강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할 상식과 도리, 그리고 그걸 지키지 않는 현 세태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해 밥상 앞에 앉은 모두의 인생에 대한 조언에까지 다다른다. 만일 할머니의 상식에 어긋나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혼도 나야 한다. 얼마 전 안정된 직장을 때려치고 20대 후반인데 결혼할 생각조차 없이 떠돌아다니는 나또한 할머니의 인생강의의 단골 청중 중 하나.

우리 엄마는 그걸 '대박강의'라고 부르고, 나는 '어우 그 왜 있잖아 할머니잔소리'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는 노점장사로 시작해 고향땅에 이어 건물을 사들이기까지 당신 스스로 자수성가하신 분으로, '나는 전쟁통 다겪고 국민학교도 졸업 못했지만 우리 자식들 5명 전부 다 대학까지 보냈고 손주들은 명문대를 나왔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분이시다. 40대에 은퇴해 지금까지 모아두신 재산으로 취미를 즐기며 살아오신데다 당신의 한까지 자식들이 풀어드렸으니 성공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우여곡절 다 겪으신 분이니 조언해주고 싶은게 얼마나 많으실까.


나는 이상하게도 그런 할머니에게 어릴때부터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할머니를 떠올리면 '우리 똥강아지'라며 안아주는 희생적인 할머니를 연상한다는데, 나는 그런 것에 공감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우리 할머니는 언제나 당신의 인생을 즐기시는 분으로, '니들 딱 나처럼만 살아라'고 당부하시는 세련된 할머니였다. 무엇보다 우리 할머니는 굉장히 엄한 구석이 있었다. 오죽하면 우리 엄마도 '난 딸이지만서도 우리 엄마는 여태 무서워.'라고 말할 정도.


그런 할머니가 동화를 쓰기 시작하셨단다. 상을 펴놓고 안경을 낀채 종이에 매직으로 동화를 쓰고, 화선지를 꺼내 동화에 곁들일 그림까지 그리신단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동화가 궁금해졌다.

할머니는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으신 걸까?

할머니의 작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