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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Jul 27. 2024

프랑스 카페 사장님 관찰기

요즘 자주 가는 집 앞의 카페 l'stant. 바로 지금, 여기라는 뜻을 가진 이 동네카페에 자주 가는 이유는.. 이 구역에 유일하게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있어서 간다. 이탈리아인에게 아이스커피란 차가운 김치찌개 같은 거라고 했나. 여기도 바로 옆나라라 비슷한 문화인건지 몰라도 대부분의 카페에 아이스 라떼가 팔지 않기에 얼죽아인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요 며칠간은 이 작은 카페에 가서 빈둥거리며 카페 사장님을 관찰했다. (딱히 이유도 목적도 없이 일하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건 백수의 특권이다) 일단 편한 옷차림에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이 금발의 사장님은 내가 가면 웃으면서 인사해 준다.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다니.. (파리의 불친절한 카페들을 몇 군데 겪어보고 웃으면서 인사만 해줘도 감동받는 수준에 다다랐다.) 그러고 나면 한참을 계산대에서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해가 가는 게 이 사장님에게는 할 일이 항상 있다. 다른 손님이랑 수다를 떨어야 하거나, 아니면 연어베이글을 아주 열중해서 만들거나,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실 엄청 작은 카페라 손님은 거의 한두 명뿐이지만 그래도 사장님은 왜인지 항상 바쁘다. 손님이 아무리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려도 이 사장님은 본인의 할 일이 다 끝나야 주문을 받는다. 그게 손님과의 수다일지라도…


오늘은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 투샷을 넣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장님, 내가 커피 두 잔을 달라는 걸로 알아듣고 커피 두 잔 값을 카드결제를 해준다. 내가 주문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하니 나한테 물어본다.

"근데 나 카드 취소방법 몰라. 어떡하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한참을 서로가 그럼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사장님이 어쩔 수 없다면서 인상을 쓰고 4유로를 쥐어 주었다(커피 한잔에 4.5유로던데..) 그리고 시킨 머핀도 머핀 째 맨 손으로 들고 와서 (손은 씻었을까?) 그냥 테이블 위에 턱 내려주고 갔다. 접시랑 포크를 요구했다간 또 인상을 쓸 것 같아서 그냥 먹었다.

덩그러니 놓인 나의 소중한 머핀

나에게만 그랬으면 인종차별일까 한 번쯤 의심해 봤을 법 한데 모든 손님들한테 이런다. 대신 사장님은 아이가 뛰어들어와 운동화를 신은 채 소파에 드러누워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도 아무 말도 안 한다. 각자 혼자 온 손님들과 다 같이 수다를 떠는 것도 꽤 좋아하는 걸 보면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인상을 쓰는 만큼 자주 미소도 짓는다.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며 하는 서비스업이란 할만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또 나름대로 고충이 많겠지.


이 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아이스바닐라라테를 해주는 카페라서 가지, 한국 같으면 국물도 없다고 갈 때마다 생각은 하지만 실은 아이스라테를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생각하며 메르씨, 메르씨 보꿉을 말하며 커피를 받아온다.

뭐든 아쉬운 사람이 메르씨 하는 거지 뭐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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