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 Rent 덕질기 #1
처음 우연히 뮤지컬 렌트의 노래 <Seasons of love>를 듣고 완전히 홀릭된 건 재수생 때였다. 그때 나는 서울로 유학온 지방러로서 두 평짜리 고시원에 살고 있었는데, 매일 아침 6시 반에 울리는 알람소리를 <Seasons of love>로 해놓고 노래를 듣기 위해 일어나 학원에 갔을 정도다. 분, 초단위로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던 삭막한 재수생활에 '525,600분의 일 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사랑으로 살자'라고 말해주는 건 노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9년째 나는 뮤지컬 렌트의 앨범을 통째로 다운 받아놓고 수시로 듣는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뮤지컬 광같지만 사실 렌트 이외엔 뮤지컬 <시카고> 정도만 알고, 다른 뮤지컬엔 별로 흥미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우글거리는 공연장도 너무 싫고, 쥐콩만큼 작게 보이는 배우들을 멀리서 보고 비싼 돈을 내는 것도 돈 아깝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 내 버킷리스트 중 항상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뉴욕에 가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 공연을 보기.
그만큼 나는 렌트를 좋아한다.
한 번은 뮤지컬 렌트가 얼마나 좋은지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어서 가족들에게 전파를 시도해 봤다가 실패했다. 특히 엄마는 초반 20분 정도 보더니 온통 정신없고 우울한 얘기라고 내 마음건강을 걱정하기에 다다랐다. (렌트가 좀 슬프긴 해도 진짜 낭만적인 청춘과 사랑 얘기라고 생각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좀 억울했다)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나자 다들 tv앞을 떠나고 나 홀로 쪼그려 앉아 음악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아무튼간에 가족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보아 영화 <렌트>는 너무 긴 러닝타임과 난해한 장르의 음악들, 수위 높은 주제를 다루는 탓에 진입장벽이 높아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 렌트 진짜 좋은데...
그래서 뮤지컬 <렌트>가 정말 얼마나 좋은지 더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는 사실 아니고 얼마 전 렌트를 n회차 돌려보면서 장면별로, 노래별로 뜯어서 기록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었다)
아무튼 렌트. 렌트 덕질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