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인 #29 : 어떤 수식어
난 지금 미쳐가고있다
이 헤드폰에 내 모든 몸과
영혼을 맡겼다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니까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밈**이죠.
음악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우리 민족,
언제부턴가 그러지 못하게 된 모양입니다.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매일 같이 마약범죄 관련 소식들이 들려오는 판국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걱정인 부분은
대중들에게 마약이 일종의 <밈>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나 천만영화 <극한직업>,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베테랑>과 <범죄와의 전쟁> 등-
우리는 어느 샌가부터 마약을 두려움의 대상을 넘어
일종의 스릴 넘치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약이 일종의 수식어가 되어 <마약김밥>, <마약배게> 처럼
매력적인 상품을 홍보하는 키워드로 사용된 지도 오래지요.
이는 마치 <핵>이라는 단어가 접두사로 널리 사용되며
그 공포가 희석되어버린 현실과 유사해 보입니다.
영화 <친구>에서는 조폭으로 분한 유오성이
한때의 방황으로 필로폰 중독자 생활하는 모습을
아주 사실적이고 고통스럽게 그려냅니다.
어쩌면 조금 가볍게 생각해왔는지 모를 마약이라는 키워드,
이제는 조금 더 무거운 프레임을 씌울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국의 시민운동가이자 작가인 피트 데이비스의 저서 <전념 : Dedicated>에는
콜라 중독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콜라 섭취를 참는 것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등의 대체제를 찾는 것이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나쁜 상황을 무작정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언제나 효과적이다.
다그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요.
숨기면 숨길수록 더 궁금해지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 마음,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고민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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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인터넷 밈) :
온라인을 통해 모방의 형태로 대중에 전파되는 어떤 생각과 행동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