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관계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오랜 고민 끝에 용기를 내었던 것이었으니깐요. 그도 복잡한 심경에도 부단히 노력한다는 게 보였거든요. 그렇기에 그 와의 연애는 행복했습니다. 내 옆에 그가 있기에 전 사탕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마냥 좋았습니다. 몇 년간 그의 주변에서만 맴돌았었기에, 마음 한편에 있는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고 잠시 미뤄둔 채로, 그렇게 내 옆에 있는 그를 생각하며, 행복하려 노력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잠시 외면했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나는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제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을 낸 것이었을까요? 사실, 그가 만나자고 하는 곳이 전부 그의 싸이월드에서 몇 번씩 본 장소들이었습니다. 그의 전 여자 친구와 함께 올렸던 사진 속 장소. 아직도 그의 싸이월드에 올려져 있는 그 사진 속 장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맛있다며 추천해주는 음식들은 그녀가 좋아했던 음식들이었을까요? 항상 저를 배려해주러 노력하는 그의 태도와는 다르게 참으로 무던하고 밋밋한 그의 성격이 많이도 저를 외롭게 만들어요. 어쩌면 저와 만나 하는 모든 것들이, 전 여자 친구와의 추억하고 답습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그가 많이 취했습니다. 며칠 동안 서먹하게 지낸 터라 잠 시보자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 않아 만났지만, 정말 술을 많이 마시며 슬픈 눈을 하고 있습니다. 속이 안 좋다며 수도 없이 화장실을 가는 그.. 테이블에 한참을 혼자 앉아있는데 그의 핸드폰이 보입니다. 참아야 했지만, 불현듯 확인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내가 그의 진짜 여자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이내 그의 핸드폰을 열고 1번을 조심스레 눌러봤지만..
예상된 좌절감
아직도 그의 휴대폰 1번을 차지하고 있는 전 여자 친구의 이름. 그 밑에 초라하게 던져진 제 번호와 이름 세 글자... 눈앞이 흐려지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 아름다운 시작이 아님에 감내하고 참으며 그렇게 그의 온전한 마음을 천천히 기다려보려 각오했던 제 다짐이 무너져 내립니다.
진짜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전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아직도 그의 1번인 전 여자 친구가 부럽기도 원망스럽기도 하네요, 전 용기 내보기로 했습니다. 1번인 전 여자 친구의 번호를 삭제하고 그 1번 밑에 초라하게 내버려진것 같은 제 번호를 입력합니다. 별것 아니지만, 그의 진짜 여자 친구, 진짜 애인이 되고 싶은 간절함에 용기를 내어봅니다. 내일이 되고 휴대폰을 보면 저의 간절함과 초라함을 그가 알아주길 바라며, 전 아무것도 아닌 일에 또 불안함과 기대감을 담아봅니다. 화장실에 오래 있던 그가 돌아오고 있어 휴지로 눈을 닦고, 전 아무 일도 없는 척 그와 그의 휴대폰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봅니다.
술을 계속 마시려는 그가 불안합니다. 내일 속도 많이 안 좋을 텐데, 저의 심경을 솔직히 터놓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취한 그를 보며 오늘은 잠시 미뤄두려합니다.
이제 슬슬 일어자나 했지만 아니라며 술을 더 마시겠다고 하는 그..... 얼마나 지났을 까요? 그는 다시금 화장실을 간다 합니다. 알겠다고 괜찮다고 어서 다녀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가 화장실에 가고 얼마 후 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