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장군 Nov 15. 2020

친절함의 맥락

뉴질랜드에서 생각을 보내요

학교에서 배우는 노래

작년, 두 달여를 준비해 s의 학년이 학예회를 열고 모든 부모님을 초대했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 특별한 행사였다.

집에서 연습한답시고 종종 대목대목 흥얼거리긴 했는데, 아직 어린 s라, 대체 무슨 내용의 노래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학교생활은 즐거워요 우린 좋은 학생이 될 거에요 정도의 (올드한) 생각을 탑재하고 갔는데.

강당에 모인 아이들은 각각 큰 종이통을 매달고 있었다. 그리고는 짧은 상황극들로 ‘친절함은 서로의 마음의 양동이를 채워주는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친구들끼리 놀다가 새 친구가 왔을 때 친절하게 대하면 그 친구가 가진 양동이가 채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비어있어 그 친구가 슬퍼했다.

그리고는 다같이 “It’s a song about me”를 불렀다. 개별성에 대한 노래였다.

‘너의 눈색깔은 내 눈색깔과 다를 수 있어. 내 체형과 네 체형은 다르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랑 다르기도 하고. 네 생각이 나랑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어. 물론 내 생각이 변할 수도 있고 ㅎㅎ’란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친절한 행동과 개별성을 같이 배워서 발표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우린서로에게 친절하기로 약속한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그것이 s의 뉴질랜드 학교에서 가르치는 친절함의 맥락으로 들렸다.

개성과 개별성에 대한 인정, 그걸 바탕으로 한 친절한 행동의 의미는, 분명 인성을 강조하게 된 현재 한국의 교육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생김이나 취향이나 의견은 달라도, ‘친절’이라는 행동은 서로의 마음의 양동이를 채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친절하기로 약속하고 선택한다는 것.

https://youtu.be/ZNdmsIRmEC8



(영상)”We’ve been learning how to be kind and respectful to each other. We read a bucket-filling story. That is the story about how we all have an invisible bucket. When we’re kind to one another, we fill each other’s bucket.”


친절을 권유(?)하는 사회

페이스북에서도 종종 올라오는 글이 친절함을 잊지 말자는 포스팅이다. 전에 쓴 맘카페에서든, 코로나 한복판의 내 키위지인들의 포스팅(또는 그들이 like한 것들)이든 정말 적어도 한달에 한 번은 꼭 보는 것 같다.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의 대국민 지침도 Be Kind였다.

우리는 결코 그/녀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알 수가 없으니 낯선 상대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 환기시킨다. 그래서 이들은 눈이 마주치면 웃거나 ‘how’s it going?’ ‘How are you?’를 가볍게 물어주곤 한다. 일종의 체크-인
인데, ‘서로의 존재를 따뜻하게 인식하려는 짧은 순간’ 정도로 느껴진다.


우리 사회, 친절함의 맥락?

우리는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우리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않아도, 정이 많다고 생각해왔는데, 우리의 지금 모습은 과연 어떨까?

코로나로 자가격리된 사람들이 제일 감동한 건 엄청난 격리 패키지였다고 한다. 패키지에 든 음식의 퀄리티 뿐 아니라 그정성과 배려의 수준에 (특히 해외에서 입국해서 격리하던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들이 들렸다. 또, 코비드에 걸리자 이웃들이 문 앞에 걸어놓고 갔다는 간식꾸러미나 쪽지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미담도 읽었다.

내가 느끼기엔 분명 한국에도 어려움이 닥친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배려의 문화가 있다. 낯선 사람과 말을섞는 문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치 백단인 한국 사람들은 뭔가 좀 안좋아보인다 싶으면 바로 걱정해주고 뭔가 해주려는경향도 있다. (근데 티나는 건 쑥스러워하는 독특함 ㅋ)

친절함의 맥락은 어느 사회나 다르지만, 그리고 친절함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회에 가장 잘 맞는, 그 사회에 분명 존재하는 어떤 존중과 배려의 분위기와 행동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구성원도 모두의 생각과 삶의 양식도 급격히 다양해지는 지금이다. 그래서 그 친절의 맥락이 진화해야 하고, 더 많은 친절의 선택들이 요청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R U Ok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