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는 커터칼을 쥐고 있다. 다만 칼을 빼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네이버가 허락하는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수용자의 66.5%가 네이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세명 중 두명이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는다는 뜻이다.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이 사실상의 공론장이 된 지 오래다.
네이버는 2017년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를 전면 도입했다. 과거 편집국장이 쥐고 있던 기사 배열의 권한이 알고리즘으로 넘어간 것이다. 에어스는 최신 기사와 클릭률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사건·사고에 대한 빠른속보가 심층 보도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2020년에는 수익 구조마저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기존에 일괄적으로 배분하던 고정 전재료가 폐지되고, 조회수에 비례한 광고 수익 모델로 이용료를 지급되면서 언론사에게 조회수(트래픽)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네이버는 알고리즘과 수익 모델에 더해 제휴 심사로 생태계 질서까지 관리할 예정이다. 2026년 재개된 뉴스제휴평가는 진입 장벽을 대폭 높였다. 기존에 매년 초기화되던 벌점 제도는 '최근 24개월 누적제'로 바뀌었다. 2년 내 누적 벌점 10점이면 계약 해지 권고 대상이다. 공정성을 위한 조치라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다르게 읽힌다. 네이버가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기자의 커터칼은 여전히 기자의 손 안에 있다. 다만 그 칼이 공론장을 향해 뻗기 전에 알고리즘의 기준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네이버의 눈치를 보는 순간 칼의 방향은 이미 반쯤 정해진 셈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어 네이버에까지 종속된 언론사는 스스로 칼을 쥘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싸우고 싶어도 포털 밖으로 나가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
과연 한국 언론은 커터칼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을까. 이제 그 질문은 기자에게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와 네이버에게도 향한다. 언론 생태계는 점차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는 형국이다.